헝가리에서 약 30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거주 시설이 발굴됐다. 청동기 무기를 비롯해 장신구와 생활 용품 등 약 900점의 유물은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시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했다. 헝가리 국립 박물관(HNM) 고고학자들로 구
sputnik.kr
헝가리에서 약 30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거주 시설이 발굴됐다. 청동기 무기를 비롯해 장신구와 생활 용품 등 약 900점의 유물은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시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했다.
헝가리 국립 박물관(HNM)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6일 보고서를 내고 부다페스트 근교 베스프렘의 솜로 언덕에서 전사들의 금속제 무기와 장식품, 식량 일부가 남은 거주 시설의 조사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헝가리 베스프렘 솜로 언덕의 3000년 전 기지 터에서 나온 금속제 장신구들 「사진=HNM 공식 홈페이지」
HNM 고고학자 벤스 수 연구원은 “이 언덕에는 전사 계급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주둔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며 “해발 431m의 솜로 언덕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주변의 평탄한 지형 속에 고립돼 적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청동기시대 지배자들은 이런 특이한 지형에 전초기지 같은 전략적인 요새와 거주 시설을 함께 지었을 것”이라며 “드론과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해 언덕 지표면을 정밀 스캔하고 지상에서 금속탐지기로 조사를 병행한 값진 성과”라고 덧붙였다.
솜로 언덕에서 나온 유적의 전체상.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무기와 장신구, 생활용품이 다량 묻혀 있었다. 「사진=HNM 공식 홈페이지」
발견된 유물 중 시선을 끄는 것은 6곳이나 큼직한 저장고와 물품들이다. 기원전 14세기부터 9세기 무렵의 무기와 장식품 외에 도자기와 호박 구슬, 멧돼지 송곳니 장신구, 가죽 조각, 탄 렌틸콩과 수수 등 식량도 포함됐다.
유물 분석 과정에서 창 등 일부 무기는 알프스 지역 세력들의 양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광범위한 교류의 흔적으로 봤다. 철기시대 초기 양식의 대규모 분묘도 나온 점에서 이 언덕이 정치 또는 종교의 거점이었을 가능성도 떠올랐다.
유적에서 나온 정교한 무기들. 일부 창끝은 알프스 지역에 터를 잡은 세력의 무기 양식과 동일했다. 「사진=HNM 공식 홈페이지」
벤스 수 연구원은 “일부 건물과 저장고, 수많은 유물이 비교적 온전하게 묻힌 채 나온 것은 의외”라며 “약 3000년 전 동유럽의 수많은 청동기시대 사회가 철기시대의 시작과 함께 붕괴했는데, 솜로 언덕에 정착한 집단은 그대로 세력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금속제 물품 생산과 관련된 주조 시설과 부산물도 발견된 점에서 현지에서 병장기나 생활 용품을 직접 만들어 쓴 것으로 보인다”며 “분묘 속 인골의 연대 측정이 이뤄지면 솜로 지역의 청동기시대 사회의 전체상을 더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