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력이 좋지 않아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24시간 곳곳에서 쏟아지는 뉴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디지털 기기 화면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통 환경이기 때문이다. 짧은 집중력 문제에 대한 지적, 그리고 집중력 향상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본다.
짧은 집중력 문제? 인간의 본성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평균적으로 한 화면에 집중하는 시간은 47초라고 한다. 이 연구는 2003년경 처음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04년 발표된 첫 연구 결과에서는 한 화면 집중 시간이 평균 150초(2분 30초)였다. 약 2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왜 이토록 집중력이 떨어졌을까? 대략 짐작하는 이유는 있겠지만, 중요한 건 명확한 원인을 아는 것이다. 인간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그러니까 ‘생존에 더 유리한’ 특성이다.
현대 인류의 뇌는 정보를 빠르게 필터링하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변화 또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게끔 이루어져 있다. 다만, 세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인적이 없는 산길을 걸어다녀야 할 일이 있었다. 즉, 수풀 속에 숨은 포식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경계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잘 닦여진 도로를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주위의 교통 상황, 전방에 보이는 신호 등에 주목하면 된다. 혹은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메시지 알람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짧은 집중력 문제
여기에 한 가지 이슈가 덮어씌워졌다. 몇 년 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이 기간동안 사람들은 자발적 또는 반강제적으로 외부 활동을 줄였고, 그만큼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한 임상심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짧은 집중력 문제는 본능이다. 인간의 주의력은 애당초 ‘작고 짧은 순간’에만 집중하게끔 훈련돼 있다는 것이다. 주의를 끄는 짧은 순간이 자주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집중력 주기’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휴대폰에서 수시로 울리는 알림에 반응하는 것부터, 숏폼 영상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집중력에 관한 본성을 고려한다면, 팬데믹이 없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이고, 누군가는 꾸준히 관심을 가졌을 일이라고 본다. 다만, 팬데믹이 그 시점을 다소 앞당겼을 뿐이다.
인간의 뇌는 언제나 충분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뇌는 지루함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새로워 보이는 자극을 붙잡으려 한다. 스마트폰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근본적인 이유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끊임없는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고, 그것이 짧은 집중력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짧은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활동적 휴식(Active Breaks)’이 권장된다. 약 30분 정도 주변을 살피며 산책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의 직장인들이라면, 점심식사를 위해 일상과 다른 공간(식당도 여기에 해당한다)으로 이동하는 것도 활동적 휴식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창의성(Creativity)’이라는 말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본질은 별 게 아니다.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다만, 사람들이 이를 어려워하는 것은, ‘누군가 인정해줄 만한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라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위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는 그런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짧은 명상, 뭔가를 만드는 행위면 충분하다. 레시피 없이 마음 가는대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 하다못해 벽에 걸린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디테일한 면에 집중하며 공상을 해보는 것도 좋다. 간단하면서도 분명히 자신의 머리 또는 몸을 쓰는 행위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몸을 쓰는 활동’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어야 한다. 이 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휴대폰 화면에 비춰진 것들을 보며 스크롤하는 행위는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가급적이면 ‘멀티태스킹’은 멀리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착각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매 순간 집중할 대상을 빠르게 바꾸는 것이지, 동시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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