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은 매달 찾아오는 생리 주기로 인해 살아가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별다른 문제 없이 규칙적인 주기가 반복되면 다행이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은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복합 호르몬 불균형 질환이다. 생리 불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건강 문제를 동반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대한 정보와 관리 방법 등을 살펴본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이해
여성의 생리 주기 동안에는 여러 개의 작은 난포(난자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자란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매 주기마다 이중 단 하나의 난포만 약 2cm까지 자란 후 배란된다. 이때 배란된 난자가 정자와 만나 수정(임신)되지 않으면, 약 2주 후에 자궁내막이 탈락하며 월경이 시작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동시에 여러 개 발생한 작은 난포 중 한 개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난포가 없으므로 배란이 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월경도 시작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때 난소에서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함으로써 여러 건강 이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난소를 초음파로 관찰해보면, 주로 난소 가장자리를 따라 2~9mm 크기의 작은 난포가 20개 이상 관찰된다. 초음파로 관찰했을 때 작은 물방울이 여러 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다낭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이 물혹은 암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거나 제거해야 하는 병적 낭종이 아니라, 배란되지 못한 미성숙 난포들이다.
공식적인 진단 기준
질병관리청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희발 월경’이다. 월경 주기가 35일을 초과하거나, 월경 횟수가 1년에 8회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3개월 이상 또는 3회 주기 이상 월경이 없는 ‘무월경’ 상태도 마찬가지로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두 번째는 ‘남성호르몬 과다 증상’이다. 이는 두 가지로 나눠서 보게 되는데, 임상적으로는 남성처럼 몸에 털이 많이 나게 되는 ‘다모증’, 또는 자연스러운 수준을 넘어선 심한 여드름을 꼽는다. 한편,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생화학적 기준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수준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음파를 통해 살펴봤을 때, 난소에 작은 난포들이 여러 개 관찰됐을 때다. 임상에서는 이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된다.

청소년기 진단, 더 엄격한 기준
다만,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대상자의 연령이 청소년기에 해당할 경우는 진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본래 호르몬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생리 주기가 불안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성장 발달 단계에 있는 만큼 위 기준에 해당하는 현상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성인 여성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과진단이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위에 해당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란병원 산부인과 서은주 과장은 “청소년기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사춘기 이후 처음 생리를 시작한 여학생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사춘기가 원래 호르몬이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진단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초음파에서 다낭성 난소 형태가 보일 수 있지만, 청소년기에는 초음파 소견만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 앞서 제시된 진단 기준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진단 기준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한다. 두 번째 기준인 남성호르몬 상승의 경우, 다모증이나 여드름과 같은 임상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한편, 세 번째 기준인 초음파 소견에서도 본래 기준인 다낭성 난소에 더해, 난소 부피 증가가 동시에 보여야만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합병증 예방이 중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단순히 생리 불순이나 외모 영향에 그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여러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세란병원 산부인과 서은주 과장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단기 치료로 개선되지 않고 일생 동안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며 “단순히 생리 불순에 그치지 않고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장기적으로 여러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합병증 예방을 중요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리 불규칙을 경험하는 사람은 체중이 5~10%만 줄어도 생리가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약 6~13%를 차지하는데, 최근에는 비만·과체중 증가와 생활습관 변화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생리 주기를 조절하고 자궁내막을 보호하기 위해 호르몬약(경구피임약)을 쓰며, 임신을 원할 때는 배란을 도와주는 약을 쓴다. 경구 배란유도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일부 환자에게는 배란 유도 주사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될 경우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서은주 과장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이 이미 있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병 등 임신 중 합병증 위험도 높다”며 “합병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부터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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