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으로 불리는 나이에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글자 그대로 ‘해마다 몸이 달라진다’라는 말을 체감한다. 한 살 두 살 들어갈수록 건강관리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꾸준한 신체 활동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강조돼 왔지만, 그 세부적인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 결과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연구팀이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이 당뇨 발병에 영향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화 전용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노인의학 및 만성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연구팀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65세 이상 성인 5,679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분석해 고령층의 신체활동 습관과 당뇨병 유병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성인들의 건강을 위해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주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한다. 여기에 더해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WHO의 신체활동 기준을 충족하는지, 충족하지 않는지에 따라 확보한 데이터를 분류한 다음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유산소 운동을 권장량 이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당뇨병 유병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명확한 차이는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 수행 여부에서 나타났다. WHO 권고대로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실시한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당뇨병 유병률이 29% 더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WHO 권고 기준을 충족한, 이른바 ‘복합 운동’ 그룹을 별도로 추려내 다시 비교 분석해보았다. 복합 운동 그룹에서는 당뇨병 유병률이 최대 37%까지 낮아지는 시너지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연구 대상자들의 연령, 성별, BMI, 음주 및 흡연 여부, 교육 수준 등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근육의 혈당 조절 기능
연구팀은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을 가진 고령자들에게 근력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핵심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근감소증에서 찾아야 한다.
보통 노화와 함께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을 경우, 이러한 근육 감소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근육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힘이 없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적 수준의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넘어지기 쉬운 것은 물론 걷거나 서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근력 운동을 꾸준히 수행할 경우, 노화와 당뇨 등으로 인한 근육 기능 감소를 늦추거나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근력 운동은 혈당 조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근육은 기본적으로 포도당을 최우선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무게 대비 포도당 사용량으로는 뇌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근육은 전신에 분포해 있으므로 총 사용량으로 따지면 근육이 사용하는 포도당의 양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근육은 운동을 할 때 순간적으로 더 많은 포도당을 사용하므로, 근육량이 충분히 많은 경우에는 뇌보다도 많은 포도당을 사용할 수도 있다.
즉, 근육량을 늘리거나 손실을 방지하면서 근력을 꾸준히 사용하고 향상시키게 되면, 혈액 속 포도당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더 잘 들어가게 돕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이 중요
대부분 고령층으로 갈수록 걷기나 산책 정도의 유산소 운동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정도로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낫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근육의 사용에 한계가 있으므로, 노화에 따라 진행되는 근감소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노화 관련 전문가 중에는 오히려 젊을 때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하고,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연세대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는 그 견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근력 운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이나 덤벨을 들어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력 운동의 강도는 현재 자신의 근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옳다. 고령층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평상시 근력 운동을 습관화한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서 덤벨이나 탄력 밴드를 사용해 근력 운동을 수행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스쿼트나 플랭크 등의 맨몸 운동도 좋다.
혹은 집 근처 공원이나 산책로 등에 공공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면, 그 기구들을 순차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방법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핵심은 그저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이라는 ‘꾸준함’일 뿐이다.
앞서 연구에서 확인됐듯, 유산소 운동만을 하는 것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유병률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과 병행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