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먹는 본질적 이유는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물론 에너지 공급 외에도 대사에 필요한 각종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으로는 대사 자체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이 대목에서는 ‘칼로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똑같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음식이라도, 실제로 그것을 먹었을 때 느끼는 포만감이나 건강 영향은 같지 않다.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의 개념은 무엇인지, 현명한 에너지 밀도 활용법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에너지 밀도, 왜 음식마다 다를까
에너지 밀도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음식의 단위 무게당 포함된 칼로리의 양을 의미한다. 똑같이 100g의 음식이라도 칼로리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에너지 밀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무게나 부피는 상당한데 칼로리가 적은 과일, 채소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분 함량이 높거나 섬유질 함량이 많은 음식들은 보통 부피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라도 칼로리가 매우 높은 경우가 있다. 보통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 그리고 견과류나 씨앗류가 대표적이다. 간식거리로 종종 소비되는 초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수분 함량이 적고 지방과 당분 함량이 높으므로 칼로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밀도 활용은 어떻게 할까? 높은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낮은 것이 좋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쪽이 건강 면에서는 더 낫지만, 100% 무조건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을 주로 섭취할 경우 에너지 공급량을 줄여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에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다른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에너지 부족은 물론 영양 부족 현상이 초래돼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체중 감량 역시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 중에도 건강에 좋은 것들이 있다. 앞서 예시로 언급한 견과류나 씨앗류가 그 좋은 예다. 이들은 칼로리가 높아 섭취량을 적게 가져갈 것이 늘 권장되지만, 건강상 유익한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량씩 간식으로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에너지 밀도를 왜 고려해야 하나
낮은 것과 좋은 것, 둘 중 뭐가 더 좋은지를 선택할 수 없다면 에너지 밀도 활용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단언컨대, 에너지 밀도를 이해하고 고려하는 것은 단순한 칼로리 제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 몸이 음식을 통해 느끼는 포만감과 전체 영양소 섭취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포만감 및 식사량 조절에 도움이 된다. 입과 식도를 지나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되는 첫 기관인 위는 ‘음식물의 부피’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즉,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을 섭취할 경우, 비교적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부피가 크고 수분과 섬유질 함량이 많기 때문에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을 식단에 많이 포함시킬수록, 전체 식사량으로부터 얻는 칼로리는 줄어들게 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허기진 다이어트가 아닌, 배부른 다이어트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양소 섭취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들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에너지원 성분 이외에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경우가 많다.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물질, 파이토케미컬, 섬유질 등이다. 이들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건강한 대사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 영양소들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에너지 밀도 활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식습관에 반영하면, 그것만으로도 건강한 체중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현명하고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밀도 활용 방법 제안
몇 가지 간단한 전략만으로도 에너지 밀도 낮추기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우선 식사를 시작할 때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들로 시작하는 것을 습관화해보자. 과일이나 샐러드, 생채소 자른 것 등이 좋다. 과일 중 일부는 당분 함량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너무 과한 양을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어지간한 주식 및 반찬보다는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주식이나 메인 메뉴에 채소 또는 섬유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추가해보자.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드는 음식이라면 채소 재료를 좀 더 넣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고, 고기나 생선을 구워서 메인 반찬으로 삼는다면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를 따로 준비하는 식이다.
요리를 할 때도 가급적이면 기름 접촉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을 선택하면 좋다. 어쩔 수 없이 기름을 사용해야 한다면, 불포화 지방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마시는 칼로리’가 은근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식사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실 것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설탕 등 단순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는 주의해야 한다. 물 또는 설탕이 없는 음료를 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일반적인 탄산음료에 비해 더 나은 선택으로 알려져 있지만, ‘배고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주의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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