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단순한 호흡기 감염병이 아니다. 감염 이후 폐, 심장, 뇌, 신장 등 다양한 장기와 체내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감염 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장기 코로나’ 사례도 적지 않다. 그 양상 중 하나로, 코로나 감염과 귀 건강 사이에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김민희 교수팀이 이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내놓았다.
코로나 감염과 귀 건강의 연관성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과 김민희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 감염 환자의 귀 질환 발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국내 약 1천만 명 규모의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감염 이후 특정 귀 질환의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 확진을 받았던 약 497만 명, 그리고 이들과 성별·연령·지역·소득 수준을 일치시킨 대조군(비감염자) 497만 명을 1:1로 매칭시켰다. 도합 994만 명으로, 코로나 감염과 귀 건강을 주제로 한 연구 중에는 단연 세계 최대 규모라 할 만하다.
연구팀은 확진자들의 코로나 감염 후 6개월간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여러 귀 질환의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질환별 구체적인 증가율로는 이석증 15%, 돌발성난청 8%, 전정신경염 19%, 이명 11%이다.
특히 발병률 증가가 높게 나타난 ‘전정신경염’은 귀의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전정 신경에 염증이 생겨,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한편,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메니에르병’ 또한 15%의 발병률 증가 소견이 있었다. 하지만 다변량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해당 연구는 국제 이비인후과 SCI 학술지

코로나 반복 감염된 경우 더 주의해야
팬데믹 시절은 물론 그 이후에도, ‘돌파 감염’이라는 이슈가 있었다. 백신을 접종한 뒤 항체가 충분히 생성될 기간을 지난 뒤에도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유사하게, 코로나19를 한 번 앓고 난 뒤에도 다시 감염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감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항체가 생겼을 것임에도 재차 감염됐다는 점에서 이 또한 돌파 감염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사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며 두 번 감염되는 사례는 흔했고, 그 이상 감염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다른 감염병보다도 특히 중복 감염, 재감염이 많았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재감염이 발생하면 면역계에는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진다. 그로 인해 귀 속 전정기관이나 청신경에는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김민희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각 질환별 발병률 외에도, 코로나19가 실제로 귀 질환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그 원리 및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탐구함으로써 코로나 감염과 귀 건강의 연관성을 명확히 제시하고자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직접적인 내이 감염, 면역 염증 반응, 혈관 내피 기능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귀의 평형감각과 청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희 교수는 “코로나 감염 이후 귀 질환의 발생은 단순한 후유증 개념이 아니라, 복합적인 병태생리 기전에 따른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특히 반복 감염, 고위험군,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환자들은 귀 건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 질환, 전신 면역·대사·자율신경과 연관
귀에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나 난청, 이명 등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귀 내부의 물리적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면, 귀 질환들이 전신 면역반응, 대사질환, 자율신경계 이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민희 교수팀 또한 이러한 연관성에 주목해, 귀 질환과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 밝혀내기도 했다. 돌발성난청 재발 연구(The Laryngoscope)에서는 강직성 척추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돌발성난청 재발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으며,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적절한 관리 여부가 청력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메니에르병과 알레르기 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Scientific Reports)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천식 환자에서 메니에르병 유병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귀 질환이 면역체계 이상과 연결된 전신 질환의 일종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코로나 감염과 귀 건강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신 염증, 자율신경계 불균형, 혈류 이상 등 몸 전체의 시스템 변화가 ‘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방식으로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희 교수는 “귀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기관으로, 전신의 면역·혈관·신경계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한다”며 “귀 질환을 단지 귀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전신 건강과의 연관성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방 통합치료로 회복 가능성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과에서는 이명, 난청, 돌발성난청, 어지럼증 환자를 위해 한방 통합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봉독약침, 전기침, 저주파자극요법 등의 치료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초기 집중치료가 가능한 체계적인 입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침·뜸·한약 등 집중적인 한의학 치료 외에도 환자 개인에 맞는 적합한 식사요법을 통해 치료를 돕는다. 입원 시 의대 이비인후과의 협진을 통해 이비인후과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김민희 교수는 “귀 질환은 단순한 국소 질환이 아닌, 전신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된 복합 질환”이라며, “한방치료는 이러한 전신적인 불균형을 함께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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