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은 적게 먹고 운동해도 살이 잘 찌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비교적 자유롭게 먹어도 체중을 유지한다. 이에 대해, 체중 문제는 환경도 문제지만 유전에 의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쌓여가고 있다. 유전과 환경, 이 두 요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비만과 유전자에 관한 연구가 이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비만과 유전자, 체중이 다른 쌍둥이 연구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100%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를 막론하고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분리해서 연구하고자 할 때 종종 동원되곤 한다. 체중과 비만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쌍의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체중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둘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므로 타고난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식습관, 활동량, 스트레스 등 ‘후천적 환경 요인’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와 미네르바 재단 의학연구소는 비만과 유전자라는 주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연구팀은 체중 차이가 나는 일란성 쌍둥이 약 90쌍을 모집해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므로, 이들의 체중 차이는 환경 요인의 차이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 요인이 체중 차이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연구팀이 찾아낸 비만과 유전자 사이를 연결하는 열쇠는 ‘미토콘드리아의 차이’였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2일 발표됐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비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에너지원을 받아들여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세포 속 에너지 공장이라 불리는 소기관 ‘미토콘드리아’다.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소 역할이라 생각하면 된다.
체중 증가와 비만의 주 원인이 되는 것은 지방 세포다.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태움으로써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지방 세포의 역할이다. 세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토콘드리아는 지방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에너지 대사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떨까? 지방 세포의 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전반적인 에너지 대사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체중 증가나 비만이 나타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체중 차이의 원인
연구팀은 모집한 일란성 쌍둥이들의 지방 조직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쌍둥이 중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쪽의 지방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즉, 타고난 유전자는 같지만, 그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에 차이가 있었고, 이 차이가 체중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헬싱키 대학교 산하 핀란드 분자의학 연구소(FIMM)의 설명에 따르면, 칼로리 과잉으로 미토콘드리아 대사가 떨어질 경우, 비만을 촉진하는 프로세스가 작동해 유전자 활성도가 변할 수 있다.
이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핵심 정보는, 후천적 환경이 유전자 활성화에 영향을 미쳐 비만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맞지만,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적 관점과도 일치한다.
미토콘드리아 건강을 위한 방법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며, 그 메커니즘도 저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토콘드리아의 양과 유전자 조절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단순히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 뿐만 아니라, 인슐린 민감성 저하와 체지방량 증가 역시 미토콘드리아와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이번 쌍둥이 연구는 유전적 요인으로 비만이 될 수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비만과 유전자의 연관성은 분명 다른 사람에 비해 체중이 쉽게 늘고 감량이 어려운 체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방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주목하면 체중 관리가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상황에 맞춰진 솔루션이 필요하므로, 다른 사람이 제시한 방법을 따라가며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작은 부분에서 생활습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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