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꽁치, 왜 건강식에서 경계 식품이 되었나
고등어나 꽁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장 건강, 두뇌 기능 향상, 염증 억제에 도움을 주는 ‘좋은 지방’을 포함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건강식으로 사랑받아 왔죠.
하지만 문제는 조리 방식에 있습니다. 센 불에 구워 먹는 방식은 이들 생선이 지닌 장점을 오히려 독으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꽁치나 고등어처럼 기름이 많은 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굽게 되면, ‘벤조피렌’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생성됩니다.
벤조피렌은 연기나 타는 부분에 포함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꾸준히 고온 구이 음식에 포함된 벤조피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잘 구워진 생선의 바삭한 껍질 속에 암 발생 위험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벤조피렌, 어떤 방식으로 암 위험을 높이는가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로, 석탄 타르, 담배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그리고 고온 조리된 음식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생선을 직화로 구울 때 나오는 연기에는 지방이 고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벤조피렌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연기와 타는 기름이 생선 표면에 흡착되면서 인체로 들어오게 됩니다.
벤조피렌은 체내에 들어오면 간에서 독성 대사산물로 전환되며, DNA를 손상시켜 세포 변이를 일으킵니다. 반복적으로 섭취하거나 노출될 경우, 암세포 발생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위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등과의 연관성이 높습니다.
한국인은 구운 생선 섭취 빈도가 높고, 조리 시 굽는 시간이 길며, 바짝 구운 부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벤조피렌 노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건강식’ 생선이 오히려 독이 되는 조리 습관
고등어나 꽁치는 생 자체로는 영양이 뛰어나지만, 잘못된 조리 방식은 독이 됩니다. 센 불에 오래 굽는 것,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조리 방식, 기름이 타면서 생기는 그을음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모두 문제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생선을 굽는 도중 기름이 팬 가장자리나 불판 아래로 흘러 떨어지며 타는데, 이때 발생하는 연기가 조리자에게도 유해할 수 있습니다. 부엌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생선구이를 반복적으로 자주 하는 경우라면, 흡입을 통한 간접 노출 위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선을 바짝 구울수록 표면에 벤조피렌이 더 많이 생성되며, ‘고소하다’고 느끼는 타는 맛은 사실상 발암물질의 맛일 수 있습니다. 식감이나 풍미를 위해 선택한 방식이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발암물질 걱정 줄이는 생선 섭취법 4가지
생선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조리법만 조금 바꿔도 충분히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다음 4가지 실천법을 참고해보세요.
1. 굽기보다는 찌거나 조리는 방식 선택하기
찜이나 조림은 고온 직화 조리에 비해 벤조피렌 발생이 거의 없습니다.
2.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사용 시 생선기름 받침대 활용하기
기름이 타지 않도록 설계된 조리 도구를 사용하면 발암물질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직화 조리 시 불꽃이 음식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기
은박지나 석쇠 아래 물을 받쳐 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탄 부위는 반드시 제거하고 섭취하기
구운 생선에서 검게 탄 부분은 벤조피렌이 농축된 부분이므로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생선은 잘만 조리하면 훌륭한 건강식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 암 발생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소화기 계통의 암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조리법 선택이 곧 건강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생선을 굽는 대신 찌거나 조림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바삭함은 줄어들지 몰라도, 건강은 훨씬 오래 지켜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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