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치 운동 목표를 설정할 때, ‘칼로리 소모량’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리 권장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인터넷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운동별 소모 칼로리는 사실 ‘표준화된 값’이며,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은 운동을 할 때도 칼로리를 소모하지만, 운동을 마친 후 회복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를 보통 ‘애프터번 효과(Afterburn Effect)’라 부르는데, 공식적 표현으로는 ‘운동 후 산소 소비(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 EPOC)’라고 한다. EPOC와 대사율의 상호작용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EPOC가 발생하는 이유
EPOC의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평소보다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산소는 세포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즉, 산소를 소비한다는 것은 세포들이 어떤 대사 기능을 활발하게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도 이루어질 것이다.
운동 후 세포 기능이 활발해질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운동 상태에 맞춰 바뀌었던 신체를 안정 상태로 바꾸기 위한 작업일 것이다. 운동 강도로 인해 호흡이 가빠졌을 때, 운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곧장 호흡이 안정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운동 상태에 맞춰진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EPOC 현상과 함께 몸 안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대략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근육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 ‘크레아틴 인산(CP)’ 등 에너지원을 다시 채워넣는 작업, 운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젖산 등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업, 운동으로 높아진 체온과 심박수 등을 다시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 손상된 근육을 복구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작업 등이다.
이밖에도 많은 작업들이 이루어지지만, 그 모두를 거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건, 이들 모두가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신진대사’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익히 알다시피, 신진대사는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즉, EPOC는 ‘신진대사의 일시적 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운동이 EPOC와 대사율에 미치는 영향
‘대사율(Metabolic Rate)’은 신체 시스템 전반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소모하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운동은 의도적으로 대사율을 상승시키는 과정이므로, EPOC와 대사율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EPOC가 얼마나 크게, 오랫동안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대사율 상승 효과는 운동의 종류와 강도, 그리고 개인의 현재 신체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극히 일반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EPOC와 대사율 상승 효과는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된다. ‘숨이 가쁠 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씩 하라’는 것도 결국은 운동 강도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강도 높은 운동일수록 몸에 그만큼 더 큰 과부하를 주게 되고, 운동을 마친 뒤 안정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무작정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운동은 본질적으로 ‘몸에 과부하를 주는 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동 중 칼로리 소모, 그리고 EPOC와 대사율 상승이라는 개념에 매몰된 나머지, 자신의 컨디션을 살피지 않고 강도 높은 운동에 매진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POC와 대사율, 건강과 다이어트에는?
운동 후 EPOC로 인해 대사율이 높아지는 것은 건강 관리와 다이어트 측면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현상이다. 특히 다이어트의 경우, ‘소모 칼로리 > 섭취 칼로리’ 상태를 만들되 에너지 균형이 너무 과하게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이 소모 칼로리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은 맞다. 다만, 너무 정량적·계산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운동으로 하루에 OO Kcal를 태워야 한다’라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운동 시간 외에도 EPOC로 인해 추가적인 칼로리 소모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반드시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운동 후 대사율이 평상시보다 높게 유지되는 동안, 우리 몸은 에너지를 보충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EPOC 효과를 꾸준하게 유발할 수 있도록 하면 장기적으로 체지방 감소 위주의 다이어트에 유리해질 수 있다. ‘약간 숨이 가쁜 정도로 많이 걸어다니면 된다’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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