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쪽 다리나 발을 다쳐서 한쪽으로만 균형을 잡아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두 발로 편안하게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한 발로 서서 버티는 능력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복잡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균형 감각부터 근력, 유연성, 신경계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발 버티기 능력이 수명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한 발 버티기, 가장 단순한 종합 평가법
간단하다. 지금 바로 바르게 선 자세에서 한쪽 발을 들기만 하면 된다. 발을 드는 데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드는 게 편하면 앞으로 들면 되고, 뒤로 드는 게 편하면 뒤로 들어도 된다. 아마 이것도 평상시 어느 근육을 자주 썼느냐에 따라 더 편한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한 발로 버티기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몸의 다양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동작이다. 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체 근력, 균형 감각, 유연성과 관절 안정성, 신경계 기능, 유연성 등이 개입한다.
먼저, 한쪽 다리로 체중을 지탱해야 하므로 당연히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 또, 내이(inner ear), 눈, 발바닥 감각 등을 총동원해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므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때 발목과 무릎, 고괄절 등이 충분히 유연하고 안정적이어야만 균형 감각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평상시와는 달리 불안정한 상태에서 각 신체 부위에 지속적으로 명령 신호를 전달해야 하고, 다리를 비롯해 개입하는 모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떨림이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므로, 신경계 기능도 활발하게 작동한다. 즉, 한 발 버티기는 단순히 다리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근력과 협응력, 감각 시스템, 신경계의 통제 능력까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테스트다.

한 발 버티기는 건강과 수명의 지표?
그저 한 발로 버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테스트라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준에 따르면, 20대 정도의 신체 나이라면 한 발 상태로 40초 정도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 20초 미만이라면 신체 나이가 대략 50대에 해당한다. 보통 30~40초 사이를 버틴다면 신체적으로 무난한 컨디션으로 보면 된다.
2022년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됐던 연구에 따르면, 한 발 버티기를 10초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50세를 넘었을 때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고작 이 테스트 결과 하나로 수명을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한 발 버티기는 다양한 신체 기능의 협응을 필요로 한다. 즉, 한 발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은 근감소, 균형 감각 및 반응 속도 저하 등을 의미한다. 감각과 반응이 둔해지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관절염이나 신경병증, 심혈관계 건강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실제로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질 위험을 높이거나, 근지구력이 부족해 활동량이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이다. 활동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전반적인 건강이 저하돼 건강 수명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사이클이 형성되기 쉽다.
한 발 버티기 연습, 어떻게 할까?
다소 비관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바꿔 말하면 한 발 버티기를 연습함으로써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버티는 시간을 늘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근력과 근지구력, 감각과 신경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연습은 벽이나 의자 등을 잡고 한 발로 서서 버티는 것이다. 애초에 이 연습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리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욕심 부리지 말고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면서 점차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삼자.
지지대를 잡고 버티는 시간이 충분히 길어지면, 그 다음은 지지대를 잡은 채 시작했다가 도중에 손을 떼는 연습을 한다. 향상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아예 손을 떼고 시작하는 연습으로 바로 넘어가도 좋다.
기존에 충분히 버티는 사람들이라도 여러 가지 변칙을 적용해 보다 고난도로 시도함으로써 신체 기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을 감고 시도한다든가, 중심을 잡기 힘든 푹신한 매트 위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혹은 다리를 더 높게 올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늘 하던 하체 운동이 다소 지루하다면 한 번쯤 변칙 한 발 버티기로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들인 시간에 비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위의 고난도 변칙 동작들은 자칫 넘어지거나 하면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시도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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