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는 그 자체로도 성가시면서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더해 무더운 날에 흔히 찾아오는 ‘입맛 없음’도 문제다. 무더위 속에 체온 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입맛을 잃어 에너지 보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건강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진다. 더위가 식욕을 빼앗아가는 이유, 그리고 입맛 없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알아본다.
더위가 식욕을 빼앗아가는 이유
인간의 몸은 ‘항상성’이라는 원칙을 따른다. 몸의 여러 상태에 기준점을 설정하고, 다소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는 성질을 말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 역시 그러한 항상성의 일환이다.
외부 환경에서 더위에 노출될 경우, 체온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은 다양한 체온 조절 장치를 가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소와는 다른 생리적 변화가 여럿 발생한다. 익히 알려진 것으로는 피부 쪽 혈액 순환을 늘려 열을 방출하고 땀을 활발하게 내보내는 것이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몸의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혈액량이 줄어드는 데 있다. 몸 안에 도는 혈액량은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데, 피부 쪽의 순환이 늘어나면 당연히 다른 곳으로 흐르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은 뇌로 알려져 있지만, 음식을 소화시키는 활동 또한 뇌 못지 않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런데 체온 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소화기관이 사용할 에너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화기관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식욕이 억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더위 자체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한 더위로 인해 탈수 증상이 발생할 경우, 입맛을 더욱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대사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체온이 높은 상황에서는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줄이려는 방어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입맛 없을 때 식사 거르면?
하지만, 더위로 인해 입맛이 없다고 해서 식사를 거르면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입맛 없을 때라고 하더라도 몸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에너지와 영양분을 소모해야 한다. 즉, 입맛 없을 때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해도, 몸에 비축된 것들은 야금야금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기존에 축적된 것들로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영양소는 축적량이 없거나 매우 적어 꼬박꼬박 섭취해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 또, 축적이 돼 있다 하더라도 소모량이 많을 경우 금세 에너지 부족과 탈수 증상, 전해질과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면역력 약화로 이어진다. 더위를 더 견디기 힘들어지고, 일상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전반적인 체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보다 심각한 수준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따라서 입맛 없을 때도 최소한의 영양 섭취는 해줘야 한다. 입맛이 없는데 뭘 먹으라는 건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하루 세 끼라는 기존의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생각날 때 조금씩 먹는 방식으로 전환해도 좋다.
도저히 제대로 된 식사를 차려 먹기 힘든 상황이라면, 스무디나 스튜, 수프와 같이 먹기 편한 형태를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다.
더위 속 입맛 없을 때 추가 팁
몸에서 더위를 느끼는 것은 분명한 스트레스 상황이다. 여기에 식사 시간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되면 입맛을 되살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식사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두면 도움이 된다.
가급적이면 편안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든지, 좋아하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향이 강하거나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냄새만으로 거북하게 느껴져 입맛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전에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입맛 없는 상황이 며칠씩 길어진다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혹은 구토 증상이 발생하거나 몸무게가 갑작스레 줄어드는 경우라면 곧장 병원을 찾아 이상 여부를 진단받을 것을 권한다. 땀을 흘리는 만큼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물이나 보리차, 메밀차, 이온음료 등을 구비해두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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