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날이나 비가 올 때 관절 통증이 느껴지는 건 단순한 ‘감’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현상이다. 비밀은 ‘습도’에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서 기압에 변화가 생기고, 이에 따라 몸 안의 압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곧 습도의 계절 여름이 온다. 평소 어디 한 군데쯤 관절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습도와 관절 통증의 관계를 숙지해두도록 하자.
습도와 관절 통증의 관계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철의 평균 상대습도는 약 80.9%다. 봄철 평균인 65.1%에 비해 상당히 높다. 게다가 상대습도란 현재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분량을 기준으로 한다. 공기의 온도가 높을수록 머금을 수 있는 수분량이 많다. 즉, 단순히 “15% 정도 차이네”라고 볼 게 아니라, 실제 공기 중에 분포하는 수분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일정 공간 안에 그만큼 물 분자(수증기 분자)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물 분자는 공기를 구성하는 다른 분자, 즉 질소나 산소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 따라서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전체적인 공기는 다소 가벼워진다. 이를 보통 ‘기압이 낮아진다’라고 표현한다.
이제 관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압이 낮아진다는 것은, 평상시 외부에서 누르던 공기의 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때 관절 내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평상시와 같다면, 관절부가 팽창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관절을 감싸고 있는 연골, 활액, 주변 인대 등이 자극을 받게 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습도와 관절 통증 사이의 연결고리다.
근육 기능에도 관여하는 습도
한편, 습도가 높아지면 근육에도 자극이 가해진다. 알다시피 습도가 높을 때는 땀이 많이 난다. 이는 피부 표면으로 배출된 땀이 잘 증발하지 않고 피부에 계속 맺혀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체내 수분 및 전해질 균형에 영향이 생긴다.
근육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칼륨, 칼슘, 나트륨과 같은 주요 전해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분과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생기며 체액 균형이 흔들리면, 근육의 정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습도가 높은 날에는 근육이 경련하거나 뻣뻣해지는 일이 더 자주 발생한다.

관절 건강의 이상적 습도
높은 습도가 관절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자칫 습도를 무조건 낮춰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마냥 낮은 습도도 문제가 된다. 공기 중 습도가 너무 낮으면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는 피부의 수분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몸 속의 수분까지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관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흔히 건강에 가장 좋은 습도는 40~60%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관절 건강을 위한 이상적 습도 역시 이 범위에 위치한다. 습도와 관절 통증에 한정한다면, 전문가들은 대략 50~55% 정도를 관절 건강에 최적화된 습도로 본다. 습도가 과하게 높은 여름의 제습, 너무 건조해지는 겨울의 가습에 이와 같은 적정 습도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관절 건강을 위한 관리법
습도와 관절 통증의 관계를 이해하면, 여름철 습도가 높은 날씨에 관절 통증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도 이해할 수 있다. 제습기를 사용하거나 에어컨을 사용해 실내 온도를 약간 낮춰주면 실내 습도가 떨어진다. 이때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하면 실내 공기가 지나치게 건조해지고 체온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또한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때 평소 관절 통증을 자주 겪는 부위가 있다면, 따뜻한 물수건이나 핫팩 등을 이용해 관절 주변부를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도, 찬 바람에 노출된 관절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움직임을 기피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꾸준히 단련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준다든지, 벽을 짚고 서서 할 수 있는 다리 스트레칭법 등이 대표적이다.
통증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면 임의로 스트레칭을 하기보다 정형외과 등 전문의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좋지만, 아직 경미한 수준이라면 스스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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