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죽음의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샀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또한 혼자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놓고 수사 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2일 오후 2시 30분경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한전KPS 하청업체 소속 김모(50) 씨가 절삭기계를 조작하던 중 회전 작업물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혀 숨졌다. 구조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김씨는 사고 당시 혼자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 분석 결과, 김씨는 평소 다루지 않던 작업물을 절삭 중이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별도의 감시자나 위험 감지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김씨의 안전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위험 기계 사용 시 2인 1조 원칙 준수 여부 ▲안전 매뉴얼 이행 실태 ▲현장 작업 감독 부재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 환경과 절차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관계자 입건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태안화력에서의 중대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같은 발전소에서 청년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공론화됐고, 이는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 시스템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번 사고는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도 위험 작업에 하청 노동자가 단독 투입되는 관행이 여전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노조 관계자는 “김씨는 비노조원이지만, 함께 일한 동료로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끝까지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역시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현장은 발전 설비와는 무관한 공간이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장소가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임대한 공간이었던 만큼, 실질적 관리·감독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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