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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자였다”… 태안화력에서 또 한 번, 죽음은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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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6년 후, 바뀌지 않았다. 죽음은 반복되었고, 국가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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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 현장 추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죽음은 또 다시 노동자의 등 뒤에서 다가왔다.

지난 2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작업을 하던 50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기계 소음이 이상하다’는 동료의 인지로 그를 발견했을 때, 이미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에게는 ‘함께 일하는 동료’도, ‘지켜보는 눈’도 없었다. 그는 혼자였다.

이 죽음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미 6년 전, 같은 발전소에서 24세 청년 김용균이 똑같은 끼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새겨졌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김용균 특조위’까지 출범해 22건에 달하는 구조 개선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죽음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었다.

◇ 법은 만들어졌으나 책임은 사라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제도도 강화됐다. 하지만 그 모든 ‘법과 대책’은 현장을 바꾸지 못했다. 고 김용균 씨 사망의 책임을 물은 재판에서 원청인 서부발전과 사업본부장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은 있었으나, 책임은 없었다. 기계는 계속 돌아갔고, 죽음도 멈추지 않았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정비 작업은 원래 2인 1조가 기본이다. 그러나 태안화력은 이를 무시했다. 외주업체 하청 노동자를 홀로 위험에 노출시킨 채 작업에 투입했고, 고 김충현 씨는 결국 기계에 끼인 채 목숨을 잃었다. 경영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최근에는 정비 인력을 감축하라는 요구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아닌 이윤이 우선되는 현장에서, 안전은 늘 가장 먼저 뒷전으로 밀려났다.

태안화력발전소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운영된다. 발전설비 정비 업무는 원청에서 하청, 하청에서 또 다른 하청으로 내려간다. 책임은 쪼개지고, 위험은 집중된다. 노동자는 외주화된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고, 회사는 책임을 외주로 전가한다. 죽음은 그 가장 말단에서 발생하고, 원청은 늘 ‘관리 책임 없음’ 뒤에 숨는다.

정비인력 부족, 매뉴얼 부재, 안전투자 외면 등 이 구조적 병폐는 이미 2018년에도 지적되었다. 하지만 공기업 서부발전은 특조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했다. 우리는 바뀌지 않은 구조 앞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잃었다.

사건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 벌어졌다. 정치권은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러나 진정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이다.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는 “국회가 책임을 다하겠다”며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되는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오히려 강화하고, 원청 경영자에게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 인사를 지킬 수 있는 사회인가

작년 한 해, 827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하루 두 명 이상이 일터에서 떠난 셈이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지켜주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는, 퇴근이 보장되는 나라여야 한다. 위험을 떠안는 이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존중받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끝나는 사회여야 한다.

태안화력의 기계는 오늘도 돌아간다. 그러나 그 아래, 우리는 또 한 번의 고통 위에 침묵하는 구조를 마주하고 있다. 이 침묵은 누구의 것인가. 국가는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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