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와 결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은하는 상호작용한 끝에 대략 40억~50억 년 뒤 결합, 거대한 은하 밀코메다가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천체물리학자 루비 라이트 박사 연구팀은 우리은하 및 안드로메다은하의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를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관측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100억 년간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50억 년 내에 두 은하가 결합할 확률은 상당히 낮게 파악됐다.

우리은하는 인접한 안드로메다은하와 초당 100㎞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학자들은 두 은하가 빠르면 40억 년 후에 충돌하고 일체화해 태양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루비 라이트 박사는 “우주 전체로 볼 때 중력에 의해 상호작용한 2개 이상의 은하가 끝내 합체하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며 “이때 새롭게 탄생하는 은하의 중심에는 가스가 집중돼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지고, 우주의 불꽃처럼 방사선을 내뿜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NASA의 허블우주망원경과 ESA의 가이아망원경이 얻은 최신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진화를 100억 년 앞까지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10만 번 실시했다”며 “50억 년 내에 두 은하가 충돌할 확률은 불과 2%였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하의 상호작용에 대한 선행 연구들은 우리은하, 안드로메다은하, 삼각형자리은하 등 국부은하군 주요 은하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우리은하의 위성은하 중에서도 질량이 가장 큰 대마젤란은하의 영향과 관측 데이터의 불확실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100만 광년 거리에서는 충돌하지 않았다. 50만 광년까지 접근할 경우 암흑물질에 의해 두 은하의 접근이 빨라지고, 10만 광년 거리에서는 대규모 합체가 이뤄졌다.
루비 라이트 박사는 “시뮬레이션한 시나리오의 절반 이상에서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1회 이상 접근해 궤도 에너지를 잃고 충돌·합체했다”며 “다만 이는 50억 년 뒤가 아니라 80억~100억 년 후, 이미 태양 수명이 다한 먼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그 외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두 은하는 그다지 접근하지 않고 엇갈려, 서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각각 진화했다”며 “기존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은 대마젤란은하라는 변수를 고려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부은하군에서 네 번째로 큰 대마젤란은하의 질량은 우리은하의 약 15%다. 안드로메다은하의 궤도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중력이 우리은하의 움직임을 크게 교란하면서 밀코메다가 탄생할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우리은하의 충돌 가능성을 10만 회나 시뮬레이션한 이번 연구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각 변수의 가장 큰 가능성만 이용한 선행 연구와 달리 모든 관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루비 라이트 박사는 “이번 실험은 밀코메다가 우리은하가 맞이할 수많은 미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면서도 “물론 우주는 동적인 곳이고 항상 진화하므로 우리은하의 운명은 아직 단언할 수는 없다”고 여지를 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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