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은 시각을 이용해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다표범의 방향감각은 센서 역할을 하는 민감한 수염과 청각이 주된 비결로 여겨져 왔다. 독일 로스토크대학교 생물학자 프레데리케 다이애나 한케 박사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바다표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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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표범은 시각을 이용해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다표범의 방향감각은 센서 역할을 하는 민감한 수염과 청각이 주된 비결로 여겨져 왔다.
독일 로스토크대학교 생물학자 프레데리케 다이애나 한케 박사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바다표범이 바다에서 방향감각을 유지하는 데는 시각이 한몫을 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바다표범이 광활한 바다에서 어떻게 목적지를 오가는지 실험에 나섰다. 탁한 바다의 경우 인간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지만 수생생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헤엄치며 살아간다. 바다표범 역시 시야가 좋지 않은 바다에서도 자유롭게 유영한다.
프레데리케 연구원은 “바다표범은 수염과 청각 등 여러 감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는 시각의 역할에 주목했다”며 “바다표범의 일종인 참물범(잔점박이물범)에 실험용으로 고안한 비디오 게임을 제시했더니 시야가 극히 나쁜 환경에서도 물에 부유하는 입자의 흐름을 통해 방향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참물범은 수염, 청각은 물론 시각을 이용해 망망대해에서 방향감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참물범이 광학 흐름(optic flow)이라는 시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지 비디오 게임 실험을 실시했다. 광학 흐름은 이동 중에 주변의 물체나 입자가 시야를 가로지르며 망막에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인간이나 조류는 공간 인식에 이 광학 흐름을 이용한다.
게임 영상은 바다를 헤엄쳐 나아가는 물범 시점에서 세 종류로 구성했다. 하나는 수중 입자가 화면 안쪽에서 앞을 향해 흘러나왔다. 다른 영상은 해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아래 방향에서 위로 입자가 흘렀다. 세 번째 영상은 수면이 머리 위를 흐르는 시점이었다.
연구팀은 참물범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스스로 인지하도록 좌우에 빨간 공을 설치하고 코로 터치하도록 했다. 정답을 맞히면 보상으로 청어를 급여했다. 실험에는 닉, 루카, 미로라는 이름이 붙은 참물범 세 마리가 참여했다.
참물범 시각 실험을 위해 마련된 장치(A)와 각기 다른 세 가지 화면(B, C, D) 「사진=로스토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비디오 게임 영상의 진행 방향은 좌우 2°, 6°, 10°, 14°, 18°, 22° 등 4°씩 어긋나 보이도록 일부러 조정했다. 이를 통해 물범이 얼마나 미묘한 각도 변화를 시각적으로 읽어내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물범들은 약간의 진행 방향 차이도 눈으로 구분할 줄 알았다. 망막 위를 흐르는 입자의 움직임을 단서로 탁한 해수 속에서도 방향을 정확히 인식했다. 프레데리케 연구원은 “이번 실험은 바다표범이 극한 환경에서도 시각을 통해 방향을 가늠하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바다표범이 시각적 단서만으로도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음을 최초로 실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물범들이 광학 흐름을 이용해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 판단 가능한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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