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을 하나 해본다.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는 타인에 대한 나 자신의 감정, 나에 대한 타인의 감정 모두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사실, 답변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는 ‘관계’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모두가 같은 답을 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인간관계가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일도 부쩍 줄지 않았을까.
게다가, 세상은 이미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답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우리는 많은 순간 감정을 통제하면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해도, 사회생활을 통해 만난 관계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부터,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의 관계까지, 인간은 부지불식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며 살아간다.
누구나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후한 평가를 내리게 마련이다. 사회적 관계는 ‘합리’와 ‘논리’가 지배하며, 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신뢰를 받는 이유다.
한편, 감정을 잘 통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뇌 발달 및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증가하고 있다. 대인관계에서의 높은 신뢰도와 별개로, 개인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사람은 전두엽 활성화 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및 상호작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나아가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신경 회로가 강화되고 스트레스 반응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감정 통제가 단순한 심리적 기술(skill)을 넘어 뇌 건강과 연관된다는 주장은 어떻게 힘을 얻는 걸까?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
감정 통제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조절하는 능력이자 전략을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합당하다고 여기는 정도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들이 모두 포함된다.
요즘 종종 사용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교육이나 학습 분야에서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감정 통제의 영역에 이를 적용하면 어떨까.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떤 인지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사실 감정이란 무의식적이고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긴박한 상황에도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분명 있다. 선천적으로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후천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사람도 분명히 있다.
후천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사람의 경우, 메타인지 또는 그와 유사한 원리를 가진 기법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훈련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지난 경험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거나 적절하지 못한 감정을 드러냈던 사례를 되짚어보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감정적 반응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 통제,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우리 뇌의 전두엽(Frontal lobe)은 기억, 사고, 추리, 계획, 운동, 감정,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과 같은 고등정신작용을 담당한다. 감정 조절을 잘 해내는 사람들의 경우, 이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두엽이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드는 상황에서도 보나 높은 품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는 감정을 형성하고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 통제가 잘 되는 사람은 이 부분의 기능이 강화돼, 감정 처리 결과에 있어 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다.
한편, ‘뇌 가소성’, 또는 ‘신경 가소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뇌가 어떤 상황에 처하고 어떤 일을 경험하는지에 따라 구조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뇌 손상이 발생한 후 회복되는 사례 등을 통해 입증돼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즉, 감정을 통제함으로써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쌓아감으로써, 뉴런과 시냅스가 강화되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연결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지 능력이 보다 향상되고,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감정 통제로 얻을 수 있는 것들
개인적인 관점에서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면 감정이 고조돼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보이기 쉬워지며, 의사결정도 보다 성급하게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종종 후회를 경험하게 되며, 이로 인해 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스스로를 억누르고 심호흡을 하거나, 다시 상황을 차분하게 살필 수 있다면 보다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스레 의사결정의 품질도 높아지고 후회나 불만족도 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자신이 누군가와 대립하는 갈등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황이 지나간 뒤 상대방 입장에서도 한결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 이상이 갈등하고 있을 때 중재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통제하면서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호 이해하려는 자세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높인다. 갈등 당사자들이 모두 감정 통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좀 더 모두에게 만족도 높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감정 통제 훈련의 방법과 효과
앞서 이야기했던 메타인지 기법은 스스로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지난 상황을 복기하는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앞뒤 정황이 어땠고,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떠올랐으며, 왜 그 감정이 떠올랐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또, 자신이 내렸던 판단은 어떤 감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스트레스를 느꼈던 상황을 일부러 떠올린다는 건 꺼려지는 일이다. 이미 가라앉은 감정을 일부러 다시 끌어올리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에 주목하기 바란다. 결과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얻게 된다.
심호흡과 명상 또한 비슷한 방법이다. 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현재 순간’에 집중해 인식을 높이는 방법이다. 흔히 ‘호흡에 집중하라’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그 감정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떠올리며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감정 자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로 인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한 연구에 따르면, 8주에 걸쳐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 프로그램’을 이수한 참가자들은 뇌의 회백질 밀도가 증가하였으며, 전두엽 활성화 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감정을 통제하려는 훈련들은 뇌의 구조적 발달과 기능적 향상에 기여한다.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가 만연한 시대, 감정 조절을 목표로 한 훈련법을 보다 널리 전파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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