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이 없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당이 떨어져서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럴 때 단맛이 나는 간식을 먹으면 금세 괜찮아지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한 사람들은 항상 가까운 곳에 간식을 갖춰두고 지낸다. 일상에서 갑작스레 기분이 처지거나 피곤해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니까.
단맛은 실제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 것은 아닐까? 실제 효과를 자주 본 사람들은 단맛의 효과를 의심하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단맛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른다고 해도 단 음식을 먹는 걸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기왕이면 알고 먹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단 음식의 생리적 효과
단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는 최소한 가짜는 아니다. 단맛을 이루는 성분들은 실제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고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 원리와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단맛이 나는 음식을 섭취해 포도당이 증가하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를 통해 아미노산의 체내 흡수가 촉진된다. 이때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뇌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된다. 트립토판은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단 음식을 먹었을 때 빠르게 기분이 안정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편, 단맛은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를 통해 즉각적인 쾌감과 함께 ‘보상 받았다’라고 느끼게 된다. 기분이 좋아짐에 따라 스트레스가 덜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낮아질 수 있다.
또한, 단 음식은 주로 단순당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단순당은 섭취 후 빠르게 흡수돼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힘이 나는 기분을 받는 이유다.
다만, 이렇게 얻은 에너지는 일시적인 효과다. 흡수가 빠른 만큼 고갈도 빠르기 때문에, 올라갔던 혈당이 떨어지면 다시 피로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맛이 효과가 없는 사람들
하지만 모두에게 단 음식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하게는 ‘개인차’라는 만능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생리적 과정을 추적해보자. 먼저 호르몬 계통의 문제다. 만약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 상태라면, 아미노산 흡수와 트립토판 생성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자연스레 세로토닌 합성이 증가하지도 않는다.
한편,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이 활발하게 분비되더라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민감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이는 유전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정도가 매우 심해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라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기능이 억제될 수도 있다. 같은 양이 분비되더라도 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식습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평소 단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일 경우, 뇌의 보상 시스템이 단맛에 적응해 내성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진 경우에도 단 음식의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들은 충분한 영양 공급으로 이미 기분이나 에너지가 안정적인 상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어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단맛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
흔히 단맛이 나는 간식들은 탄수화물, 그 중에서도 단순당을 주성분으로 한다. 단순당은 빠르게 흡수돼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혈당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해롭다. 단맛으로 효과를 볼 수 있더라도 기왕이면 건강한 방법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먼저 간식의 종류를 점검해보자. 과자나 초콜릿, 탄산음료 등을 즐겨먹고 있는가? 그렇다면 각각 조금 더 건강한 방식으로 바꿔볼 수 있다. 설탕이나 과당 대신 저칼로리 감미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초콜릿이라면 카카오 함량이 높고 설탕을 배제한 다크 초콜릿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인공 감미료보다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자연식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평소 요리를 할 때 단맛 조미료를 많이 쓰는 편이라면 그 양을 줄이도록 하자. 단맛의 내성은 평소 유지하는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 영양상 균형을 이룬 식단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생과일로 만든 주스나 스무디, 요거트 정도로도 충분히 단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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