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전증’은 전 세계적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교적 흔한 신경질환이다. 흔히 ‘간질’이라고도 이야기하며, 국내에서도 대략 2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전증은 흔히 신체 경련이나 의식 소실 정도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 개인의 삶에 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증상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위에서 누군가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을 일으켰다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게 편견을 가지기 쉽다. 발작을 일으킬 때의 모습을 보면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특정 집단,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전적 요인, 뇌 손상, 감염 등 발생할 수 있는 원인도 다양하다. 바꿔 말하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뇌전증이라는 증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뇌전증, 왜 발생하는가?
인간의 뇌는 약 4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전기적 신호를 주고 받으며 서로 기능적으로 연결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 뉴런 간의 전기 신호는 조화롭게 조절되며 적절한 반응을 주고받게 된다.
하지만 이때 일부 신경조직의 뉴런들로부터 과도하게 강한 전류가 발생하거나 비정상적인 흥분상태가 유발되기도 하는데, 이를 경련 또는 발작이라 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두 번 이상 이런 발작이 반복되면 뇌전증 진단을 내린다.
뇌전증은 유전적 원인, 또는 환경적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유전적인 경우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뉴런의 전기 신호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환경적 요인의 경우, 외상이나 질환 등이 원인이 된다. 머리를 다치거나 뇌졸중 등으로 인한 뇌 손상이 발생한 경우, 뇌에 영향을 미치는 뇌염 등의 감염성 질환에 걸린 경우, 저혈당 쇼크와 같은 대사 이상이 그 예다.
뇌전증의 발작 유형
뇌전증은 크게 ‘부분 발작’과 ‘전신 발작’으로 구분된다. 부분 발작은 의식이 유지된 채로 특정 부위에서 경련이나 감각 이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손발이 심하게 떨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다.
부분 발작이라 해도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복합 부분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언뜻 ‘틱 장애’와 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의식이 흐려지거나 아예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전신 발작은 의식을 잃으며 근육이 강직되고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의식이 유지된 채 짧은 시간 동안 전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유형도 있지만, 보통은 의식 소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갑작스럽게 멍해지거나 기절하는 ‘무결성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혼합형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럽게 근육 긴장이 풀리면서 넘어지는 유형의 ‘아토닉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뇌전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대처법
뇌전증 발작은 대개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자연적으로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다만, 발작 과정에서 주위의 물건에 부딪치거나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 등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들은 멀찍이 치워주는 것이 좋다.
또한, 침이나 구토 등으로 기도가 막히는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는 정도의 조치를 해주도록 한다. 근육 강직은 보통 1분 내외면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신 경련도 2~3분 이내로 멈추는 경우가 많다.
발작이 멈춘 뒤에는 환자가 혼란스러워 할 수 있으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분 보충을 할 수 있도록 물을 제공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연속적인 발작이 이어지는 등의 문제가 보인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뇌전증을 진단 받은 경우, 혹은 뇌전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작이나 경련을 경험한 경우, 발작을 비롯해 대인관계나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자칫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경우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뇌전증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항경련제와 같은 약물을 통해 발작 빈도 및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을 인지한 경우, 본인이 스스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언제든지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불필요한 편견으로 환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일이 없도록, 올바른 정보를 숙지하고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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