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근력이나 근지구력? 아니면 심폐 지구력? 혹은 소위 ‘멘탈’이라 불리는 정신 회복력일까? 그것도 아니면 불규칙하게 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녹아드는 적응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저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면역력’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면역력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이 병을 유발하는 것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능력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면역력이 싸우는 대상은 병원체 뿐만 아니라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독성 물질이나 발암 물질 같은 것들도 모두 면역력의 경계 대상에 속한다.
우리의 일상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경우가 많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 해도 수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된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아가는 날이 더 많을 수 있는 것은, 면역력이 제대로 작동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력 저하’라는 말은 그리 무겁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는 지표가 뚜렷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면역력이 약화로 나타나는 증상은 익히 알려져 있음에도, 그것이 정말 면역력 때문인지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면역력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면역력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 등 말이다.
면역력, 어떤 식으로 일하나
기본적으로 알려진 면역계는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체 표면에는 ‘항원’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면역세포가 이를 탐지하면 면역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백혈구, 대식세포, 림프구 등등 면역세포마다 각자 담당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면역계에서는 ‘이 병원체는 이렇게 상대한다’라는 식의 대응 전략을 학습한다. 이후 같은 유형의 병원체가 침입할 경우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다.
한편, 면역계는 ‘병을 일으키는 요인’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본능이다. 예를 들면 중금속이나 농약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 꽃가루나 먼지 같은 알레르기 원인 등이다. 체내 대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활성산소 역시 세포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된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 역시 독성 물질로 분류되며, 정부부처에서 ‘급수’를 매겨 지정·공시한 발암물질 등 각종 유해물질도 마찬가지다. 체내 면역 시스템은 이런 유해 성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성분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유해물질로 분류된 것이라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해물질’의 판단 기준과 대표 사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유해물질’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명확하게 ‘독’으로 구분된 물질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기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알레르겐으로 구분되는 물질의 경우, 해당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해물질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물질인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유해물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모두가 동일하지 않다. 개인의 선천적 체질이나 면역계 구성 등에 따라 유해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달라질 수도 있다. 혹은 환경적으로 어떤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해당 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대도시나 공장지대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탁한 공기를 일상적으로 겪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내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반면 공기가 맑은 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러한 공기에 노출되면 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유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만약 특정 물질에 대해 공포나 불안감을 느낀다면, 실제 그것이 위험한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해물질’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화장품이나 플라스틱 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파라벤이나 프탈레이트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농도를 준수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우 유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해물질에 대응하는 면역체계
정리하자면, 우리 일상에는 독성 물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해물질이 가득하다. 음식은 물론 가만히 숨만 쉬는 동안에도 다양한 유해물질이 체내로 들어온다. 마스크와 같은 방역 조치를 24시간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유해물질을 100%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지 않고 살아간다. 면역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 유해물질은 몸 안에서 적절한 대응을 통해 걸러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면역력이 약해지면’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신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탄 고기’다. 국립암센터 김병창 암예방검진센터장에 따르면, 육류나 육가공 식품이 까맣게 타면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이 나온다. 이들은 몸 속에 들어가면 세포 내 DNA와 결합해 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 암은 본질적으로 유전체 변이의 일종이므로, 이러한 유전적 변화가 암 유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그 방어 기전에 따라 발암물질의 활동이 억제되기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물론, 벤조피렌을 비롯한 발암물질에 자주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약해지는 틈을 타 암 세포가 형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다가오는 환절기, 면역력을 점검하라
여름이 조금씩 물러가고 가을이 다가온다는 게 느껴지는 시기다. 이러한 환절기에는 기온 변화와 일교차가 커지게 마련이다. 기온 변화가 심해질 때, 몸은 그에 맞춰 체온을 조절하려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면역세포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
또, 이와 같은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유행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이므로 면역계가 ‘과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비타민과 무기질을 비롯한 영양 균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타민 C와 비타민 D, 아연이 특히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과, 배, 귤과 같은 과일을 비롯해, 버섯, 시금치와 같은 채소를 잘 챙겨먹으면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참치, 굴, 대하와 같은 해산물을 통해 면역력의 핵심인 아연을 비롯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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