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만 800억, 83세에 첫 결혼”…이수영 회장의 파란만장 인생과 진짜 부자의 품격
한국 사회에 ‘기부왕’이라는 별명을 남긴 이수영(89) 광원산업 회장은 평생을 일에 바치며 83세에 처음 결혼식을 올린 인물이다. 그의 삶은 800억 원에 가까운 기부, 부동산 신화, 그리고 노년의 늦깎이 결혼까지,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이수영 회장은 재계와 학계, 언론계, 그리고 기부문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정표를 남겼다.
“기부만 800억”…KAIST·서울대 등 과학 발전 위해 전 재산 내놓은 이유
이수영 회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766억 원 상당의 국내외 부동산을 기부했다. 이는 KAIST 개교 이래 최대 규모의 기부이자, 국내 대학 사상 손꼽히는 금액이다. 그는 “우리나라를 위해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과학 인재를 키워 노벨상 수준의 국가로 만들고 싶다”며, “돈은 나를 위해 쓰기보다 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에는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에 1억 원, 모교인 서울대에 노벨상 육성 기금 15억 원을 추가로 쾌척했다. 이수영 회장은 “사업하면서 어려웠던 순간들이 생각난다”며, 협약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이 전부였던 80년 독신”…83세에 첫 결혼한 이유
이수영 회장은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신문, 현대경제일보,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해직된 뒤 사업가로 변신했다. 소·돼지 축산업, 목장, 하천 모래채취,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고, 1988년 광원산업을 설립해 여의도백화점 일부를 매입하며 부동산 신화를 썼다.
사업에 몰두한 탓에 80세가 넘도록 독신으로 살아왔다. 그는 “젊을 땐 일하느라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늙으니까 외롭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83세에 동창생과 첫 결혼”…노년의 동반자, 그리고 삶의 변화
2018년, 83세의 나이에 서울대 법대 동기였던 김창홍 변호사와 결혼해 인생의 반려자를 맞았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각자의 인생을 살아오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이수영 회장은 “남편은 나만 보면 웃는다. 내 재산을 탐내기보다 오히려 더 기부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남편 김창홍 변호사는 “빨리 기부 마무리하고 여행 다니며 편하게 살자”고 말하는 등,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닮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이수영 회장은 “결혼 전엔 밤에 전깃불을 못 끄겠더라. 혼자 살며 겪는 불편함이 많았다. 지금은 남편이 이불도 정리해주고 약도 챙겨준다”며, 노년의 결혼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를 전했다.
“여성 CEO, 언론인, 사업가”…파란만장한 커리어와 부동산 신화
이수영 회장은 1969년부터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등 당대 경제계 거물들을 취재했다. 1980년대 언론 통폐합으로 해직된 뒤, 축산업과 목장,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1988년 광원산업을 세워 여의도백화점 일부를 매입했고, 이후 미국 정부가 임차인인 건물을 사들이는 등 국내외 부동산 투자로 큰 부를 일궜다.
2006년 해외 부동산 투자 한도가 확대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연방정부가 임차인인 건물을 매입, 매달 3만 달러가 넘는 월세를 받으며 ‘부동산 신화’를 완성했다.
“돈은 나를 위해 쓰지 않는다”…기부 철학과 사회적 영향
이수영 회장은 “돈은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나라와 미래를 위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평생 실천해왔다. 그는 “기부는 존재선(존재의 선한 영향력)이자, 국가 발전의 종자돈”이라고 강조한다. KAIST에 766억 원을 기부하며 “과학기술 인재를 키워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영 회장의 기부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에 긍정적 파장을 일으키는 ‘진짜 부자의 품격’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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