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혈압 환자는 약 75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인구의 5천만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13억 명에 가까운 고혈압 환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인구를 기준으로 비율을 측정해보면 우리나라 유병률과 얼추 비슷한 수준이다.
고혈압은 기본적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 차원에서 개선해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고혈압 정도가 심해 위험도가 높거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조절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약물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환자에게 있어 ‘약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와중에, 기존의 약물들을 조합해 만든 하나의 약물로 현행 치료법보다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약물 3가지를 조합한 단일 약물
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에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에 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기존에 사용되던 서로 다른 세 가지 항고혈압제를 보다 낮은 용량으로 조합해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현재 표준 치료법보다 더 나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제약회사인 조지 메디슨(George Medicines)에서 제조한 3중 복합 고혈압 치료제 ‘GMRx2’의 3상 임상시험의 일부로서 진행됐다. 연구 책임자를 맡은 호주 조지 글로벌 건강 연구소의 앤서니 로저스 박사는 “3가지 약물의 메커니즘을 통해 효능을 높이고, 각 약물의 용량을 낮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나이지리아에 거주하는 ‘심각한 수준의 고혈압 환자’ 약 300명을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중 절반은 기존에 사용되던 ‘텔미사르탄’, ‘암로디핀’, ‘인다파미드’의 세 가지 항고혈압제를 저용량으로 조합한 CMRx2를 투여했다. 나머지 절반은 나이지리아 보건부에서 권장하는 표준 고혈압 치료를 받았다. 한 가지 약물로 시작해, 필요에 따라 두 번째와 세 번째 약물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유의미하게 낮아진 수축기 혈압 보여
6개월에 걸친 치료 후, 로저스 박사와 연구팀은 두 참여자 그룹의 혈압을 측정했다. GMRx2 복합 약물을 복용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31mmHg 낮게 나왔고, 표준 고혈압 치료를 받은 그룹은 26mmHg 낮게 나왔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5mmHg 더 감소하면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즉, 새로운 복합 약물을 복용한 그룹이 기존 치료법을 따른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10% 더 낮췄다는 의미가 된다.
로저스 박사는 “혈압이 1mmHg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약 2%씩 증가한다.”라며 “향후 지속적인 혈압 감소를 보이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구팀은 또한, GMRx2 복합 약물을 복용한 참여자 중 81%가 1개월만에 병원에서 제시한 혈압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존 치료법을 적용한 참여자는 약 45%만이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러한 효과는 6개월 후에도 지속됐다. 6개월 동안 혈압 목표치를 유지한 비율 역시도 복합 약물을 복용한 그룹이 약 10%p 앞섰다.
로저스 박사는 “환자들에게 하루빨리 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난 달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이러한 결과를 제출했고,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 그리고 다른 국가에도 가능한 한 빨리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다음 단계는 이번에 확인한 GMRx2 복합 약물의 효능을 확대 적용해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물 부담 완화’라는 점에서 의의 있어
고혈압 환자의 경우, 보통 두 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약물 부담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혈압 증상이 있는 경우 보통 다른 증상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는 여러 모로 약물 복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만약 환자들이 기존 복용하던 2~3가지 약물 대신 하나의 약물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복용 편의성 및 효과를 높이고 많은 양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다는 부담감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실험 결과는 미국 FDA에 제출돼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FDA 승인을 통과한다면 앞으로 어떤 임상 연구가 추가로 제시될지에 따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국내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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