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기준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약 53만 명이다. 최근 해마다 수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였고, 실제로 2022년 51만여 명에 비해 환자 수가 더 늘었다. 우리 사회에서 주로 소비되는 메뉴들이 어떤 것인지 봤을 때, 앞으로도 환자 수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듯하다. 주로 40~50대 남성 환자가 많으며, 20~30대 젊은 층의 통풍 발생 사례도 해마다 늘고 있다.
통풍이라는 병명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라는 말에서 기인했다. 바람이 일으키는 미세한 진동에도 아플 정도로 예민하고 심한 통증이 따른다는 의미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이나 수술적 요법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이는 ‘근본적 치료’가 아닌 당장 나타나는 ‘증상 완화’가 목적이다.
통풍의 근본적 원인은 식습관이다. 즉,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 그중에서도 ‘먹는 것’의 개선이 핵심이다. 통풍에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고, 반대로 통풍에 안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또, 통풍 위험군과 통풍 환자는 어떻게 식단을 꾸려가야 할까?
요산 – 고요산혈증 – 통풍의 관계
질환을 이겨내는 것은 일종의 ‘싸움’이다. 싸움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적을 알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 통풍이라는 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산(uric acid) 축적’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요산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요산은 음식의 섭취, 소화, 대사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요산은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필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보통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소변으로 배출돼야 하는 ‘노폐물’로 분류된다. 즉, 이 배출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요산이 몸 속에 불필요하게 많이 쌓이게 된다.
요산 축적이 늘어나면 1차적으로 ‘고요산혈증’이 나타난다. 혈액 속 요산이 너무 많아지는 증상이다. 혈중 요산 농도가 남성 기준 7.0mg/dL 이상, 여성 기준 6.0mg/dL 이상일 때를 고요산혈증으로 본다. 특정 성분이 기준치보다 높다는 측면에서, 고나트륨·고혈당·고지혈 등의 증상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요산은 체내에서 자유 라디칼을 중화시키는 항산화 기능을 하지만, 그 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고농도의 요산은 ‘결정’을 이뤄 관절에 축적되는데, 그 형태가 가시처럼 뾰족한 모양이라서 염증과 함께 심각한 통증을 유발한다.
물론, 고요산혈증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라고 해서, 고요산혈증을 겪는 사람의 거의 대부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증상이 없다는 사람보다 통풍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요산 생성의 원인, ‘퓨린’
요산은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퓨린은 여러 종류의 음식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기화합물로, 대표적으로 고기류, 생선류, 콩류, 일부 채소류에 많이 포함돼 있다. 퓨린은 DNA와 RNA의 구성 요소로, 세포의 생명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퓨린은 주로 간과 신장에서 처리된다. 이때 퓨린은 분해되면서 여러 중간 과정을 거치게 되고, 최종적으로 요산을 만들어낸다. 즉,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많이 섭취할수록 요산도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슬픈 소식이 되겠지만, 흔히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히는 음식들이 높은 퓨린 함량을 갖고 있다. 단백질은 에너지원이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필수 영양소다. 우리나라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보통은 적극적으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평소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도한 퓨린 섭취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기류나 생선류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그 음식들의 퓨린 함량이 높다는 점, ‘과도한 퓨린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혹시 나도 통풍 위험군?
평소 단백질 섭취에 신경 써서 식사를 하는 편인가? 그렇다면 기본적인 건강 상태에 더해 통풍에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풍은 몇 가지 포인트로 징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초기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가급적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최근 건강검진 등 혈액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면, 요산수치가 기준보다 높지 않은지를 살펴보자. 본인이 검사 결과를 볼 줄 모르더라도, 이상이 있으면 담당 의사가 말해주거나 결과 내용에 적혀 있을 것이다. 검사 소견에 이상이 없거나 최근 혈액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더라도, 평소 별다른 이상이 없던 관절 부위에 갑자기 욱신거리는 통증을 겪은 적이 있다면 통풍 위험군에 해당한다. 가족 중 통풍이나 관절염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도 경계가 필요하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발목, 발등, 무릎 등 하지 쪽 관절에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부위가 아니더라도 관절 부위에 갑자기 심한 통증이 생겼다가 며칠 내로 괜찮아진다면 통풍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가락, 손목, 팔꿈치부터 경우에 따라 귀 부분에 생기기도 한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대개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긴다. 이 때문에 ‘통풍 발작’이라 부른다. 발작적으로 나타난 통증은 단시간 내에 무척 심해지다가 1~2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기지 말고, 이 타이밍에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통풍에 좋은 음식
통풍에 좋은 음식의 핵심은 단연 ‘퓨린 함량이 적은 음식’이다. 채소와 과일은 기본적으로 퓨린 함량이 낮고, 비타민, 무기질을 비롯해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항산화 성분이 꾸준히 섭취돼 체내에서 충분한 균형을 이루면, 요산 역시 균형을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불필요한 요산 배출에 도움을 준다. 채소 중에는 브로콜리와 피망, 상추, 오이, 당근, 가지, 샐러리, 호박 등이 꼽힌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 배, 블루베리, 포도, 체리, 바나나, 딸기, 수박, 오렌지 등이 좋다.
한편,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혈당 수치를 안정시켜줄 수 있는 음식도 포함된다. 보리, 현미, 귀리와 같은 통곡물류는 퓨린 함량이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혈당 수치와 함께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통풍 증상이 있을 때는 육류를 대신해 저지방 요거트와 저지방 우유 등 지방 함량이 낮은 유제품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하면 좋다. 이들은 칼슘과 단백질의 공급원이면서 퓨린 함량이 적어, 통풍 위험군부터 환자까지 가리지 않고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요산 배출 촉진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탈수 증상은 통풍 발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물을 마실 것을 권장한다.
통풍에 안 좋은 음식
채소와 과일은 대체로 통풍에 이로운 식품군이지만, 일부 종류는 유전적 특성으로 인해 퓨린 함량이 높으므로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채소 중에는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콜리플라워, 버섯을 주의해야 한다. 과일 중에서는 건포도와 자두가 퓨린 함량이 높은 종류에 속하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자, 이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대목이 나온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흔히 말하는 ‘적색육’은 대표적인 고퓨린 식품이다. 육회 등 생고기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생간이나 창자 등 내장육 역시 퓨린 함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통풍에 안 좋은 음식에 속한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 백색육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가? 닭가슴살을 주식처럼 먹는 ‘헬스 마니아’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적색육에 비해 함량이 낮다 뿐이지, 이들 역시 고퓨린 식품에 해당한다.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우, 조개, 정어리 등은 퓨린 함량이 높은 종류에 속하기 때문에, 통풍 위험군 또는 통풍 환자는 피해야 할 음식이다.
육류나 해산물의 경우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사용하면 퓨린 함량을 다소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퓨린 함량이 높기 때문에, 통풍 증상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제한하는 편이 가장 좋다.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 과당이 농축된 과일주스, 지방과 염분 함량이 높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도 통풍에 안 좋은 음식에 속한다. 보다 정확히 하자면 ‘단순당’으로 꼽히는 당분, 그리고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모두 통풍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들이다.
그 중에서도, 알코올 음료가 가장 해롭다. 맥주부터 도수가 높은 모든 종류의 술은 기본적으로 퓨린 함량이 높아 체내에서 많은 요산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는 ‘절주’를 권하는 편이지만, 통풍 환자에게는 ‘금주’를 권한다.

이미 통풍이 찾아왔다면
통풍은 보통 오랫동안 누적된 습관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리부터 식단 균형을 맞추는 편이 최선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자신의 편이 아닐 때가 많다. 만약 이미 통풍이 의심되는 징후를 느끼고 있거나, 통풍 진단을 받은 경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다 철저한 식단 제한으로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앞서 말한 ‘통풍에 안 좋은 음식’의 경우, 통풍 위험군이라면 ‘절제’ 수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통풍이 진행 중이고 관절 부분에 이미 요산 결정이 축적돼 있는 단계라면, 식습관과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안 좋은 음식들을 거의 ‘금지’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통풍 환자의 식습관에 있어서 키워드는 단 하나, ‘저퓨린’이다. 이는 흔히 권장되는 ‘건강한 식단’, ‘균형 잡힌 식단’과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금치, 버섯, 완두콩 등 흔히 건강한 음식으로 평가받는 것들 중에도 퓨린 함량이 높은 것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통풍은 한 번 발생하면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증상이 나아진 뒤에도 재발 위험이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평소 관절 통증을 자주 겪는 편이라면, 당장 오늘부터 식단을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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