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과거였다면 동양·서양, 혹은 국가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었으니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쉽지 않다. 세계화가 진행될 대로 진행된 터라 같은 나라에서도 주식으로 하는 음식이 서로 다를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탄수화물의 역할과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법 등으로 우리는 대개 ‘건강을 위해서는 현미, 아니면 잡곡’이라는 생각이 공식처럼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백미는 뒤로 밀려났다. 이유는? 정제된 탄수화물이라서 영양소가 대폭 깎여 나갔다는 점, 소화 및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빨리 올린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현미와 백미는 그렇게 흑백논리로 나눌 만한 주제가 아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개인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알아야 한다. 현미와 백미에 대한 비교를 해보도록 한다.
현미밥이 칼로리는 더 높지만
흔히 현미는 ‘통곡물’로 분류한다. 벼에서 수확한 쌀알을 그대로 뒀을 때를 가리킨다. 쌀의 껍질인 겨와 배아(쌀눈) 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흔히 아는 누르스름한 빛을 띤다. 쌀의 영양분 90% 이상이 이 껍질 부분에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도정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겨와 쌀눈을 제거한 것이 바로 백미다. 쌀알에서 전분으로 이루어진 부분만 남기 때문에, 조리하기도 간편하고 먹기에도 좀 더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칼로리만으로 따지면 현미가 더 높다. 같은 양의 현미밥과 백미밥을 비교하면, 현미밥이 약 1.5배 정도 칼로리가 높고,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의 함량도 높다. 이렇게 보면 현미밥이 건강에 더 좋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미밥은 더 많은 식물성 단백질과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영양 성분으로 표시되지 장점도 있다. 특히 항산화 물질 중 일부는 일반적인 영양 성분으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미는 자연 상태에서 수확해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항산화 성분이 더 많은 경향이 있다.
현미,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어
현미를 비롯한 통곡물은 ‘복합 탄수화물’의 공급원으로써 식단에 기꺼이 포함시켜야 할 메뉴로 거론된다. 섭취 후 혈당 수치가 높아지는 속도도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당뇨 위험군에게는 거의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혈당지수(GI)로 비교하면 현미가 50, 백미가 89로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미는 무조건 건강에 좋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쌀이 재배되는 과정에서 토양 또는 물에 비소가 존재할 경우, 쌀은 그것을 흡수하며 자라게 된다. 이렇게 재배된 쌀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에 비소가 누적돼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환경파괴와 오염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또한, 다량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도 마냥 장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섬유질을 섭취할 때는 항상 충분한 수분을 함께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이는 섬유질 자체가 다른 영양분처럼 소화, 흡수되지 않고 장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수분을 대량으로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에서도 충분히 팽창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백미, 소화기능 약한 사람에게는 더 나아
흔히 백미는 현미에 비해 영양소가 ‘매우 적다’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도정된 백미에 영양을 강화하는 후처리가 가능해지면서, 백미에도 섬유질과 비타민 B군이 함유되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 유통되는 백미 중에도 영양 강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섬유질을 덜 함유하고 있다’라는 점은 흔히 단점으로 꼽히지만, 소화계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 편이 도움이 된다. 다량의 섬유질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수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해져 있는 사람 또는 만성적으로 약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령의 노인들은 소화기능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체로 현미보다는 백미를 권장하기도 한다. 물론 충분히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경우라면 예외다.
다만, 익히 알려진대로 백미는 혈당지수가 높기 때문에 ‘당뇨 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양 강화를 적용했다고 해도 백미는 기본적으로 현미에 비해 영양소 함량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건강상 이유이든, 개인적인 선호에 따른 것이든 백미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식단을 곁들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한다.
흑백논리는 적절하지 않아
현미가 여러 모로 건강에 좋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미는 옳고 백미는 그르다’라는 식의 흑백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어떤 음식이든 단 한 가지가 모든 건강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영양 균형은 적당한 조화로움에서 나오며, 백미 역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주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미가 좋은지 백미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건강상태를 먼저 고려한 다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사실 어느 한쪽을 고른다고 해서 평생 그 한 가지만 먹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본질은 언제나 같다. 좋은 음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갖춰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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