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 밴드의 뚜렷한 장점이라면, 부피가 작고 가볍다는 것이다. 덤벨이나 케틀벨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저항 밴드는 그야말로 ‘거저먹는’ 수준이다. 접거나 말아서 가방에 넣을 수도 있고, 겨울 같은 때는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행길에 가져갈 수도 있다. 물론, 여행지에서 운동을 꼬박꼬박 챙겨 하는 사람에 한해서 적용되는 말이다.
문제는, 저항 밴드가 충분한 운동 효과를 제공하느냐는 것이다. 본인의 근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질긴(저항력이 강한) 모델도 그리 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근력 운동에 있어 저항 밴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저항 밴드도 본질은 근력 운동
근력 운동을 다른 말로 ‘저항 운동’이라고도 한다. 근육은 의도적으로 부하(스트레스)를 받은 다음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이른바 ‘과부하 원리’다. 특정 수준의 부하를 적응할 수 있게 되면 그보다 더 큰 부하를 가하는 식으로, 점점 더 큰 힘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매우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누운 자세에서 팔을 들어올린 다음, 단순하게 팔꿈치를 90도로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해보라. 이 정도는 운동 같지도 않다고 느끼겠지만, 대략 수십 개 정도 하면 팔이 뻐근하게 아파온다. 강도가 매우 약할 뿐, 이 또한 본질적으로는 근력 운동이기에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같은 동작에 저항 밴드를 사용하면 어떨까? 더 적은 갯수로도 팔이 아파올 것이다. 굽혔던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의 강도가 확 올라갔으니까. 즉, 저항 밴드는 그 원리 면에서 분명히 근력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도구다.
실제로 2019년에 수행된 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같은 동작의 운동을 각각 저항 밴드와 덤벨, 전용 운동 기구를 사용해 수행하게 한 결과, 모두 유사한 수준의 근력 증가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초심자, 입문자에게는 유용한 도구
여기까지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예측했을 수도 있다. 바로 ‘저항 밴드의 한계’다. 저항 밴드가 근력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이미 보인다.
근력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강한 수준의 부하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항 밴드는 어떤가. 최고 수준의 저항력을 갖췄다고 해도, 웬만한 덤벨의 무게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숙련자들을 위해 보다 두껍고 탄성이 강한 밴드도 존재하지만, 덤벨이나 케틀벨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정리하자면, 운동을 거의 해본 적 없는 초보이거나, 근육량이 충분하지 않은 입문자라면 저항 밴드는 매우 추천할 만한 아이템이다. 근력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경우, 여러 종류의 강도를 세트로 묶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해 소모품처럼 사용해도 무방하다.
몇 가지 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1~2kg 덤벨이나 물을 채운 페트병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거라 생각한다. 1~2kg 덤벨보다는 확실히 강한 저항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페트병에 물을 채워 사용하는 것보다 편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부위에 자극을 주기도 쉽다.
덤벨과의 차이 : 변동 저항과 수용 저항
저항 밴드가 제공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그렇다면 그 범위를 넘어선 숙련자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까? 단언컨대, 그렇지는 않다. 저항 밴드는 덤벨처럼 부피가 크고 묵직한 도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유용성을 뽐낸다. 바로 ‘변동 저항(variable resistance)’과 ‘수용 저항(accommodating resistance)’ 덕분이다.
변동 저항이란, ‘운동 범위에 따라 저항의 크기가 변하는 원리’를 말한다. 수용 저항이란, ‘동작을 수행할 때 근육의 힘에 따라 저항의 크기가 달라지는 원리’를 말한다. 내용이 잘 와닿지 않으니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벤치 프레스 동작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은 벤치에 누워 바벨을 들어올리는 운동이지만, 알다시피 양손에 덤벨을 들고도 할 수 있고, 저항 밴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먼저 덤벨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해본다. 덤벨을 양손에 든 채, 팔을 벌리며 바닥에 가깝게 내렸다가 다시 팔을 모으며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 기본 동작이다. 이때 덤벨의 무게는 고정적이기 때문에, 팔을 내릴 때나 올릴 때나 근육은 계속 무게를 견디며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저항 밴드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저항 밴드를 손에 잡고 벤치에 눕는다. 덤벨을 들고 손을 내렸을 때처럼 팔을 아래로 내리면? 저항 밴드는 느슨해지기 때문에 힘이 별로 들지 않는다. 반면, 팔을 들어올릴 때 점점 밴드가 당겨지면서 저항이 늘어난다.
즉, 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하중에 가해지는 것이 변동 저항의 원리다. 마찬가지로, 팔을 들어올렸을 때 근육은 가장 강한 힘을 내야 하므로, 그에 맞게 저항을 제공한다는 것이 수용 저항의 원리다.
숙련자여도 활용 가능성 있어
정리하자면 이렇다. 저항 밴드는 분명 근력 운동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저항력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덤벨처럼 무게가 고정돼 있는 도구를 사용할 때와는 분명 다른 형태의 운동 효과를 제공한다. 동작을 수행하는 내내 같은 하중이 가해지는 덤벨과 달리,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하중을 가하는 원리 때문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가 더 적기 때문에, 부상 위험을 줄이고 더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동작을 수행하는 내내 자극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근육계가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근육의 반응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력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은 단순히 무게를 계속 늘려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무게, 같은 수준의 저항이라도 세트당 수행 횟수를 늘리는 방법, 혹은 휴식 시간을 보다 짧게 가져가는 방법, 자세에 약간의 변형을 주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시도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즉,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홈트레이닝으로도 충분하며, 수많은 무게의 덤벨 대신 다양한 강도의 저항 밴드만 갖추고 있어도 얼마든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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