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근력 운동은 주 2~3회 정도를 권장한다. 운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분할’ 개념을 적용해 부위별로 나눠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신 근력 운동을 주 2회 하거나, 상체와 하체로 나눠서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근력 운동은 한 번 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어쩌면 ‘다음 날 근육통을 느낄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 2~3회를 권장하는 것은 근육통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포인트가 조금 엇나갔다. 근력 운동을 한 다음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포인트가 근육통 때문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근육통을 느껴야만 근육이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글을 반드시 참조하기 바란다.
‘근육통’이 생기는 이유
운동을 마친 후 느끼는 근육 통증은 보통 ‘지연성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 DOMS)’이라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곧장 느낄 수 있는 통증이 아니다. DOMS는 빠르면 운동을 마친 뒤 12시간부터 나타나며, 24시간 뒤부터 느끼는 경우도 있다. 통증 정도는 일반적으로 2일~3일(48시간~72시간) 안에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회복된다.
보통 고강도의 운동을 수행하면 충분한 산소의 개입 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무산소 대사’가 일어나면서 젖산이 축적된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근육을 피로하게 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DOMS는 젖산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는다. 강도 높은 동작을 수행했을 때 ‘지친다’라는 느낌은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DOMS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근력 운동의 기본적인 원리는, 근섬유의 손상과 회복이다. 근섬유에 미세한 손상을 발생시킨 다음,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커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근섬유가 손상되면 해당 부위를 회복하기 위해 염증 반응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염증 물질이 통증 신호를 일으키는 원리다.
DOMS, 언제 더 잘 생길까?
근육통이 생기는 원리를 이해했다면, 자연스럽게 근섬유 손상이 클수록 통증도 커질 거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근섬유 손상은 언제 더 크게 발생할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보다 높은 강도의 운동을 했을 때, 다른 하나는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했을 때다.
실제로 DOMS는 기존과 다른 무게,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횟수에서 발생한다.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동작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익히 알려진 간단한 동작이라고 해도, 약간의 변형을 통해 주위의 다른 근육을 자극할 수 있다. 잘 몰랐던 변형 동작을 처음으로 시도했을 때 심한 근육통을 겪게 되는 이유다.
또한, 본래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동안 운동을 쉰 경우라면 DOMS를 더 자주 겪을 수 있다. 당연히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 사무직의 경우, 단 하루의 파워워킹 운동으로도 심한 DOMS를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근육’이 개입하게끔 하는 운동도 DOMS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보통 운동 초보자들에게는 헬스장에 있는 머신(기구)들보다 맨몸으로 하는 동작들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의 머신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개 특정 목표 근육에 자극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목표한 근육을 안정적으로 고립시켜, 자극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맨몸 운동은 기구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주위의 다른 근육들이 총체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 경우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다양한 근육 그룹이 사용된다. 즉, 평소 쓰지 않던 근육에도 자극이 가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DOMS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육통이 없으면 운동 효과가 없을까?
근육통은 근섬유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었다. 그렇다면 근육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근섬유가 손상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즉, 근육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증이 없으면 운동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근섬유 손상에 따른 통증은 신체의 면역 반응으로 인한 염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면역 반응은 우리 몸이 ‘비정상’으로 규정한 상태에 대해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활동이다. 바꿔 말하면, 정상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면역 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반복해 근섬유 손상과 회복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면역계는 그것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도 회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즉, 운동을 하고도 근육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신체가 자극에 익숙해져 통증 없이도 손상을 회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증 없는 마지노선이 ‘적정선’일 수도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근력 운동의 적정선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운동을 하고 나서 다음날 근육통을 느낀다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운동이 평소에 하지 않던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꽤 오랜만에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만약 평소에도 틈틈이 하던 운동인데도 근육통을 느꼈다면, 운동 강도가 너무 과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몸이 적응한 수준을 뛰어넘는 손상이 발생해 면역계가 ‘비정상’으로 인식했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근육통을 감수하고도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은 사실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통증이 너무 자주 발생하거나 그 정도가 심하다면 오히려 부상 위험이 있으니 의료 조언 또는 운동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가며 할 것을 권한다.
일반인 입장에서 가장 적정 수준은, ‘다음날 통증을 느끼지 않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 마지노선을 찾는 것은 번거롭긴 하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특정 운동으로 근육통을 느꼈다면, 회복 후 그보다 조금 낮은 강도로 운동을 하며 근육통이 생기지 않는 정도를 찾으면 된다.
명심하자. ‘아픈만큼 성장한다’는 건 적어도 근육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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