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는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요소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들이마신 산소가 몸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는 잘 모른다. 즉, ‘산소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정확히 왜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숨을 쉬는 건 무의식적으로도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하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항산화’에도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산소는 우리에게 필수, 하지만 그로 인한 ‘산화’는 막아야 할 대상이다. 왜 그런 것일까? 만약 여기에 호기심을 느낀다면, 이 글을 읽어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산소의 체내 유입과 활용
우리는 호흡을 통해 산소를 들이마신다. 공기 중의 산소는 약 21% 정도에 불과하며, 거의 대부분은 질소(약 78%)로 돼 있다. 그밖에 아르곤이나 이산화탄소 등 다른 기체도 소량 섞여 있다. 산소는 폐포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고, 산소를 제외한 나머지 기체들은 흡수되지 않고 혈액을 통과해 다시 배출된다.
산소가 우리 생명의 근원이라 하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연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소는 세포 호흡을 통해 포도당 등을 분해하고,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연료로 사용된다. ‘아데노신 삼인산(ATP)’은 근육 운동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다. 이 ATP가 바로 세포들의 에너지원이다.
ATP는 근육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근육 역시 세포 기반의 조직이기 떄문에 ATP를 사용하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은 ATP를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즉, 섭취한 에너지원을 실제 에너지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에너지 생성의 잔여물 ‘활성산소종’
다만, 상상을 해보자. 에너지를 얻기 위한 행동에는 대개 ‘잔여물’이 남는다. 가깝게는 모닥불을 피우고 난 뒤의 재가 남는 것, 크게 보면 원자력 발전 후 방사능 폐기물이 남는 것과 비슷하다. 즉, 산소를 사용한 체내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도 부산물이 남는다. 이것이 바로 ‘자유 라디칼’이라 불리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다.
‘활성’이라는 수식어는 높은 반응성을 갖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이들은 다른 분자와 적극적으로 반응(결합)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분자와 결합해 안정성을 되찾고자 한다. 이 때문에 세포의 DNA, 단백질, 지질 등 다양한 생체 분자를 대상으로 결합 반응을 하려는 본능을 갖는다.
활성산소종과 결합한 분자들은 그 구조가 변형돼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즉, ‘손상’되는 것이다. 사실 활성산소종은 긍정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해로운 요소들의 분자와도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능을 파괴하는 무기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리액션’을 보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해로운 세포보다 정상적인 세포가 더 많다. 즉, 일부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손상은 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다. 여러 건강 콘텐츠에서 말하는 ‘산화 스트레스’의 기본적인 원리다.

에너지 사용 활발할수록 많이 생성돼
이처럼 활성산소종은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세포의 손상은 신체 조직과 장기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피부 탄력이 저하되고 주름이 생기는 외적 현상을 비롯해, 내부 장기의 정상 기능도 약해지게 된다. ‘노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체내 조직이 손상될 경우 이를 복구하기 위한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 세포 자체를 손상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활성산소종은 에너지 생성의 부산물이다. 즉, 에너지를 활발하게 만들고 사용할수록 풍부하게 생성되며, 그만큼 많은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킬 위험이 따른다. ‘과도한 운동은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라는 말 역시 이러한 논리에 뿌리를 둔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활발하게 생성하고 소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활성산소종 생성이 적당한 수준일 때는 체내의 항산화 시스템이 개입해 이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기본적인 항산화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적정 운동량’으로 주 몇 회, 1회당 적정 시간 등 기준을 제시하는 것 역시 인간의 기본적인 항산화 능력을 고려해 설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음식을 권장하는 것도 이 맥락과 연결된다. 기본 항산화 능력에 더해 항산화 역량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산화 물질을 제공하는 음식들은 대개 비타민과 무기질 등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항산화’, 각자 다른 역할이 있다
흔히 ‘OO 음식에는 항산화 기능을 하는 □□ 성분이 포함돼 있다’, ‘△△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산화’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저항하는 효과라는 점에서 항산화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항산화 성분들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공공기관에서 국가의 행정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모두 ‘공무원’이라 칭하지만, 각각의 공무원들은 저마다 수행하는 역할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은 더욱 세분화할 수 있겠지만, 대략 네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다. ▲직접적인 산화 방지 ▲세포 보호 ▲효소 활성화 ▲다른 항산화 성분의 재활성화다. 직접 산화 방지는 항산화 성분이 활성산소종과 직접 결합해 이들의 반응성(공격성)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비타민 C와 비타민 E,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직접 산화 방지가 ‘공격’ 기반이라면 세포 보호는 ‘방어’ 중심의 기능을 수행한다. 활성산소종의 결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예방하거나, 발생한 손상을 복구하는 식이다. 비타민 E와 글루타치온, 코엔자임 Q10, 베타카로틴 등이 대표적이다.
어떤 종류는 체내에서 다른 항산화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음식 등으로 직접 섭취하는 것이 아닌, 체내에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항산화 효소들을 더욱 증가시킴으로써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항산화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무기질의 일종인 셀레늄과 아연이 대표적인 효소 활성화 성분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항산화 성분을 재활성화시키는 역할이 있다. 항산화 물질 역시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활성산소종과 싸우는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기능을 잃게 마련이다. 이때 일부 물질들은 손상되거나 힘을 잃은 다른 항산화 성분을 회복시켜 다시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타민 C와 글루타치온이 대표적이다.
항산화 성분, 다양하게 섭취해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성분들은 두 가지 이상의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경우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항산화 성분들이 한 가지 작용만 하지는 않는다. 특히 비타민 C와 글루타치온의 경우 다방면에 걸친 복합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다. 중요한 것은, 확실하게 다른 역할로 분류되는 항산화 성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항산화 성분을 섭취할 때도 가급적 다양하게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특별할 이유는 없다. 비타민, 무기질 역시 하나의 단어로 통일돼 불리지만, 실제 세부 구성은 다양하다. 당연히 각각의 세부 구성을 섭취하기 위한 식단도 다양하다. 항산화 성분 역시 그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다.
앞 부분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항산화 성분을 챙기기 위해 따로 식단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이라면 항산화 성분도 자연스레 챙겨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 ‘항산화 성분도 저마다 다른 역할을 한다’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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