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소통이란, 단지 언어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표현되는 것들을 캐치하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는 것, 주변의 의도와 기대를 이해하는 능력까지도 모두 의사소통에 포함된다.
이런 넓은 의미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종종 보았을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사람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은 더 흔히 발견되는 듯하다. 원인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흔히 말하는 세대간 갈등, 혹은 개인 이기주의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이것이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만약 지금 누군가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일 수도, 혹은 본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정신건강 문제 생길 수 있어
현대인들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 보통 사람들도 때때로 우울해지거나 불안해하거나 무언가에 집착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신적 문제를 경험한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 있어 ‘과도하다’라고 지정된 기준을 넘어서면 그것은 정신건강 장애의 증상이 된다.
특히 의사소통 문제는 종종 정신건강 장애의 초기 징후로 나타난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여러 사람의 대화에서 매번 소외돼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는 ‘우울’과 관련된 정신건강 문제를 상징할 수 있다.
한편,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때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현병과 관련된 증상을 겪고 있다면, 타인이 지금 어떤 감정상태인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상대방은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요한 포인트는, 누군가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없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통의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를 흔히 겪는다.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사람들은 누구나 정신건강 문제와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셈이다.
어떤 증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여러 건의 연구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특정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우울증의 경우, 부정적 감정이 담긴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도에 수행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을 겪고, 이에 따라 다시 우울증세가 악화되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도움을 받기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한편, 양극성 장애가 있는 경우, 기분 변화에 따라 의사소통 스타일이 극단적으로 바뀐다. 2013년 한 연구에 따르면 ‘조증’ 상태에서 과도하게 신나는 언어를 주로 사용하고, ‘우울’ 상태에서는 소극적이고 말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어, 인간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현병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문제는 언어 표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현병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비논리적이거나 뚝뚝 끊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를 따라가거나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의사소통은 단절되기 마련이다.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다면, 우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본래 저마다 다르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개인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세상이다.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끼리 의사소통 문제를 겪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너무 심각한 수준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둘 중 한쪽이 너무 과하게 특이한 경우, 그게 아니라면 둘 중 누군가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다. 만약 후자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시작이다.
스스로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존감, 그리고 주위의 시선 등이 늘 문제가 된다. 이럴 때 관점을 바꾸는 것은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 문제가 아닌,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신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는 정신건강 문제가 만연해있다. 다행히도, 그 현실을 인지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다소 개방적이 되는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사회적 인지 훈련’이나 ‘인지 행동 치료’와 같이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방법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의사소통의 회복은 개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사회적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어찌됐건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고, 비언어적 신호가 서로 어긋나는 현상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가벼이 여기고 넘기지는 말자. 어쩌면 그것이 스트레스에 시달린 누군가가 보내오는 정신건강 관련 신호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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