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을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대사질환을 동반하거나 악화시킬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만으로 진단된 모든 사람들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내려 하고 있다.
비만인의 지방 세포 분석
지난 12월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와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연구팀은 「세포 신진대사(Cell Metabolism)」 저널을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의 지방 조직을 분석해, 그 세포들의 유전자 활동 데이터를 연구한 것이다. 대사질환 발생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를 세포 단위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연구팀은 라이프치히 비만 바이오뱅크(Leipzig Obesity Biobank)로부터 비만 진단을 받은 사람 약 70명의 의료 정보 및 생체검사 샘플을 확보했다.
이 샘플 그룹에는 대사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포함돼 있어, 소위 ‘건강한 비만’과 ‘해로운 비만’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샘플로부터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에 각각 어떤 유전자가 어느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연구의 핵심은 지방 조직의 세포 구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 실제로 지방 조직에서 지방 세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그 외에 면역 세포, 혈관 형성 세포, 미성숙 전구 세포, 중피 세포와 같은 다른 유형의 세포들이 더 많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중피 세포(stromal cells)’는 내장지방에서만 발견되는 세포로, 지방 조직의 구조를 지지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인의 내장지방 구조 분석
보통 대사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내장지방이다. 반면 피하지방은 과도하게 축적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덜 위험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내장지방 조직 세포에는 상당한 기능적 변화가 발견됐다.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지방 세포는 효과적으로 지방을 연소할 수 없었으며, 더 많은 ‘면역 전달 분자’를 만드는 경향을 보였다.
지방을 효과적으로 연소할 수 없다는 것은 대사 기능이 저하됐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이 더 잘 축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면역 전달 분자가 많아지면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해 ‘만성 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지방이 축적됨에 따라 염증 물질이 늘어나 더 많은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도 있다.
한편, ‘중피 세포’의 수와 기능에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대사질환을 동반한 비만인의 경우 중피 세포 수가 확연히 적었고 기능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진단 기준상 비만에 해당하지만 대사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건강한 비만’의 경우, 내장 지방 내 중피 세포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건강한 비만인의 중피 세포는 마치 줄기세포처럼 다른 세포로 전환될 수 있는 기능적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 환경에 따라 지방 세포나 면역 세포 또는 섬유아세포로 분화함으로써, 대사 차원에서 더 유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비만’을 구분하는 지표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성과는 지방 조직 내 중피 세포가 ‘건강한 비만’을 구분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즉, 중피 세포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것인지, 아니면 대사질환의 발생으로 중피 세포가 줄어드는 것인지를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비만인의 현재 건강상태를 판단하고 대사질환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방 조직을 분석했을 때 중피 세포의 비율과 기능적 유연성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연구팀은 이와 함께 보다 명확하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를 추가로 탐색하고 있다. 비만인 중에서도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추가로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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