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혹은 생각은 해봤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유머 감각의 실제 효능 연구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를 ‘레몬’에 비유했다. 레몬을 ‘삶이 주는 심각한 상황’이라 했을 때, 어떤 사람은 그 강렬한 신맛에 얼굴을 찡그린다. 반면 유머러스한 사람은 레몬을 활용해 ‘레모네이드’를 만든다.
연구팀은 흔히 말하는 ‘장난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고립’을 경험해야 했던 시기였다. 연구팀은 이 기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 2월, 미국의 성인 500여 명을 모집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했다. 하나는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신의 감염 위험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사회적 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성향에 관한 내용이다. 평소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성향이 강한지, ‘재미’를 추구하려는 성향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유머 감각과 현실을 보는 태도
연구팀은 모든 설문 조사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개인의 성향에 대한 답변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했다. 특히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유머 감각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에 주목해 총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어떤 상황을 인식하는 방식이나 그에 반응하는 방식이 유머 감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유머 감각이 가장 높은 1분위 그룹과 가장 낮은 4분위 그룹을 비교했다. 두 그룹은 모두 126명씩의 참가자로 구성됐다.
데이터 분석 결과, 유머 감각이 높은 사람일수록 미래를 더 낙관적으로 보았다. 그들은 대체로 백신 접종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앞으로의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 보았다.
다만, 이것이 그저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아니었다. 함께 작성한 현실 인식에 관한 설문을 분석한 결과,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함께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충분히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시행되는 감염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들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리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현실은 같지만, 그 범위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활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태도가 답변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유머 감각의 잠재력과 일반화
어떤 사람은 유머 감각과 가벼움(경박함)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유머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인식하는 것과 마냥 가볍게 대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이해하면,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객관적인 상황 평가와 창의적인 대응 방안을 모두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유머 감각이 특히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결론을 지나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어떤 상황은 분명 유머러스한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유머 감각보다 냉정한 판단과 엄격한 분석력이 더 우선시돼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인과관계의 일반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장난기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창의적인 해결 능력’이라는 것이, 반드시 유머 감각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연구를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상황에서 유머 감각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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