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과정에서 게임을 거쳐가는 사람은 무척 많다. 현재는 성인이 된 사람들도 청소년기에 한 번쯤 게임을 즐기며 성장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당장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만 해도 엄청난 수의 게임으로 연결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게임에 대한 과몰입, 의존, 중독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과몰입과 같은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겪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독, 더 큰 보상을 원하는 데서 기인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2015년부터 실시했던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연구’에 참여했던 어린이 1만1천여 명 중 10세에서 15세 사이에 있는 청소년 6,143명을 선발해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청소년들은 첫 해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 스캔을 받았으며, 이후 3년 동안 추적조사와 함께 게임 중독 증상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 핵심으로 삼은 지점은 뇌에서 ‘의사 결정 및 보상 처리’를 관장하는 영역이다. 뇌의 보상 시스템은 보통 도파민(dopamine)과 관련이 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다음에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전두엽 등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다시 그 행동을 할 것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게임의 경우 보상이란 ‘재미’ 또는 ‘성취감’의 영역이 가장 크다. 다른 사람과 대결하거나 경쟁하는 종류의 게임이라면,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잘해’와 같은 ‘자아효능감’의 형태일 수도 있다. 보통 이런 종류의 감정은 정신적인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게임은 때때로 도가 지나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면, 재미나 성취감 등의 보상이 주어졌을 때 도파민이 분출되며 보상 처리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중독 증상을 겪고 있는 경우, 같은 보상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다. 즉, 보상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보상이라고 느끼지 못하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라든가, ‘더 큰 차이로 이겨야 한다’ 같은 식이다.
청소년이 중독에 더 취약하다? 왜?
청소년들의 신체적 성장을 보며 종종 간과하는 부분은, 그들의 성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키와 덩치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며, 대개 이 시기에 최대치까지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장이란 신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정서적, 인지적인 영역의 성장과 발달 또한 급격하게 이루어지며, 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지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특히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뇌 영역이 중대한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발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안정성이 부족하다. 이는 자극에 취약하고 민감해지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앞서 언급한 ‘보상이 되는 경험’을 했을 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래 집단 사이에서 느끼는 우월감 역시 그 좋은 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보상은 결국 한계가 있다. 같은 보상을 받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보다 더 큰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덜한 것은 아니다. 결국 보상 크기의 상한선으로 인해, 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한계에 부딪친다. 충분한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라도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몰입과 중독이 유발될 수 있다.
게다가 발달 중인 뇌는 보상 시스템 외의 모든 영역에서도 서툴 가능성이 높다. 감정 조절, 충동 조절, 주위를 폭넓게 살피는 인지 능력 등이 완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게임 하나에만 몰입하여 다른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을 시사한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독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확인된 참가자의 뇌를 스캔한 결과 의사 결정 및 보상 시스템 영역의 활동이 낮게 나타났다. 같은 내용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했던 이전 연구와 대조한 결과, 청소년에게서 민감성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게임 자체가 해롭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게임 자체는 해로운 것이 아니다. 게임은 시각과 청각 자극, 의도적인 조작, 상황 판단에 따른 반응과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능력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탈 미디어다.
문제 해결 능력을 비롯한 다양한 뇌 기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인지 능력 향상을 비롯한 정신적 건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다. 이는 디지털 기기를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해로움 여부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똑같은 게임을 즐기더라도 그 게임의 어떤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지, 얼마나 ‘보상’을 받아야 만족감을 느끼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앞서 아직 뇌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통제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집단이 아닌, 개인의 이용 행태에 주목하는 것이 옳은 접근이다.
청소년 중에서도 올바르게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인 중에서도 중독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이 있다.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 역시 “우리 연구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중독 증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무조건적인 통제는 더 큰 반발을 낳고, 문제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하고, 각 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면, 게임은 최적의 뇌 발달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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