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굴된 호모 롱기, 일명 드래곤 맨(Dragon Man)의 정체는 데니소바인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은 2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90년 전 하얼빈에서 나온 드래곤 맨은 다름아닌 데니소바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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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굴된 호모 롱기, 일명 드래곤 맨(Dragon Man)의 정체는 데니소바인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은 2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90년 전 하얼빈에서 나온 드래곤 맨은 다름아닌 데니소바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 연구팀은 드래곤 맨의 두개골에서 채취한 DNA와 단백질 분석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드래곤 맨의 두개골은 1933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다리 건설 노동자가 우물 안에서 우연히 손에 넣었다. 현생종 인간의 두개골이 아니라고 직감한 발견자는 정부가 몰수할까 두려워 이를 꽁꽁 숨겼다.
1933년 중국 다리 건설에 동원된 남성이 우물에서 발견한 두개골 「사진=Cell 공식 홈페이지」
발견자는 말년이 돼서야 가족에게 두개골의 존재를 털어놨다. 결국 정체불명의 두개골은 2018년 허베이지질대학에 기증됐고, 발굴 85년 만에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
중국과학원 리우 펭 연구원은 “두개골은 매우 크며 얼굴이 넓적하고 커다란 코 등 나름의 특성을 가졌다”며 “주목할 부분은 추측되는 뇌의 부피가 현대인의 평균을 넘어서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두개골은 2021년에야 약 14만6000년 전 신종 고인류로 확인됐고 호모 롱기라는 학명도 붙었다. 이 시점에서 일부 학자들은 드래곤 맨이 데니소바인이 아닐까 의심했다.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드래곤 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치아에 낀 0.3mg 분량의 치석을 정밀 조사했다. 「사진=셀(Cell) 공식 홈페이지」
리우 펭 연구원은 “아무래도 드래곤 맨의 특징이나 생활 연대, 지리적 조건이 데니소바인과 일치했다”며 “그간 단언하지 못한 것은 분자 수준의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데니소바인은 전기~중기 구석기시대 아시아 전역에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 고인류다. 리우 펭 연구원은 2010년 러시아 시베리아 데니소바동굴에서 발견된 새끼손가락 뼈를 통해 데니소바인을 식별한 학자 중 한 명이다.
리우 펭 연구원은 “데니소바인의 뼈는 데니소바동굴 외에 티베트와 대만에서도 나왔지만 여태 두개골은 입수할 수 없었다”며 “드래곤 맨이 데니소바인이라는 유전자 증거를 얻기 위해 불과 0.3mg 남은 석회화한 치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 뿐만 아니라 데니소바인의 것임을 뒷받침하는 특유의 유전자 변이가 파악됐다”고 말했다.
중국 유명 작가 자오 촹이 재현한 호모 롱기(드래곤 맨)의 얼굴 「사진=자오 촹 트위터」
이어 “두개골의 내이 부분에서 추출한 오래된 단백질의 조성은 티베트 고원의 턱뼈나 데니소바동굴 속 고대인 치아의 그것과 일치했다”며 “드래곤 맨이 데니소바인임을 가리키는 DNA 및 단백질 증거를 마침내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얻은 정보를 토대로 데니소바인은 체격이 건장하고 넓은 안와와 평탄한 뺨을 가졌으며 뇌 용적이 크다고 봤다. 구치와 턱뼈 형태로 미뤄 데니소바인은 몸집이 크고 건장할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런 가설은 중국과학원의 성과로 확실해졌다.
학계는 이번 조사가 지금까지 단편적인 화석 밖에 없던 데니소바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그간 동남아시아 및 오세아니아에서 발견된 계통이 모호한 화석의 재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학계는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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