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전설적인 벵골호랑이의 죽기 직전 마지막 산책을 담은 사진이 SNS를 달궜다.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하는 사진 속의 호랑이는 인도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여왕 애로우헤드(Arrowhead)다.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 사친 라이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달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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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설적인 벵골호랑이의 죽기 직전 마지막 산책을 담은 사진이 SNS를 달궜다.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하는 사진 속의 호랑이는 인도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여왕 애로우헤드(Arrowhead)다.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 사친 라이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달 19일 숨을 거둔 암컷 벵골호랑이 애로우헤드의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애로우헤드는 이날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익숙한 산책로를 걷다가 최후를 맞았다. 올해 나이 14세의 애로우헤드는 T-84 개체번호를 부여받고 공원에서 생활해 왔다.
병으로 앙상해진 벵골호랑이 애로우헤드의 마지막 산책 「사진=사친 라이 인스타그램」
사친 라이는 “애로우헤드를 새끼 때부터 지켜본 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전설이자 여왕으로 군림한 이 호랑이는 방문객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공원 호수 기슭을 마지막으로 걷는 애로우헤드를 목격하고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며 “오랜 세월 국립공원을 지배한 애로우헤드는 끝까지 힘과 우아함을 갖춘 기품 있는 호랑이였다”고 추억했다.
병이 갉아먹은 비쩍 마른 몸을 한 애로우헤드는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위엄이 넘치던 걸음걸이는 오간 데 없었지만 우아함만은 그대로였다. 몇 걸음 내딛고 다시 조용히 눕기를 반복한 애로우헤드는 마침내 늘 쉬던 나무 앞에 드러누웠다. 순간 사친 라이는 여왕의 끝을 직감했다.
건강한 시절의 애로우헤드. 인도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여왕이었다. 「사진=랜탐보어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애로우헤드는 랜탐보어 국립공원의 직전 지배자 마차리(T-16)의 직계 후손이다. 마차리의 딸 크리슈나(T-19)의 뒤를 이어 여왕에 등극했다. 애로우헤드가 낳은 리디(T-124)와 싯디(T-125)가 다음 여왕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건장한 호랑이를 뼈만 남게 한 병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랜탐보어 국립공원에 따르면, 애로우헤드는 2년 전부터 진행성 골육종과 뇌종양을 앓았다. 허약해진 애로우헤드는 자기가 낳은 리디에 여왕 자리를 물려주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났다. 죽은 호랑이를 거둔 국립공원 관계자들은 정성껏 장례를 치러줬다.
SNS 사진은 애로우헤드의 일생을 조명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랜탐보어 국립공원 관계자는 “벵골호랑이는 반세기 전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강력한 보호정책으로 현재 개체가 조금 회복됐다”면서도 “개체는 증가한 반면 공원이 너무 좁고 보호 시설이 부족한 점은 시급히 해결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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