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브로콜리를 집어 드는 손이 생각보다 많다. 채소 중에서도 ‘항암에 좋다’, ‘슈퍼푸드다’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탓이다. 브로콜리는 실제로 비타민 C, 설포라판, 식이섬유 등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다. 문제는 이 건강한 채소를 삶는 순간, 그 가치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물에 담가 끓이면 익는 속도는 빠르겠지만, 수용성 영양소는 물속으로 빠져나가고 만다. 이 때문에 브로콜리를 ‘어떻게 조리하느냐’는 그 자체로 건강을 좌우하는 선택이 된다. 이제부터는 단순히 익히는 것을 넘어, ‘지켜야 할 조리법’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삶는 대신 찜기에 올려야 하는 이유를 차근히 풀어보자.

1. 브로콜리의 영양소는 구조상 물에 약하다
브로콜리의 주요 성분은 수용성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C와 설포라판인데, 이 둘은 모두 가열이나 수분에 약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설포라판은 브로콜리에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성된다.
그런데 삶는 과정에서는 효소가 파괴되고, 물속으로 많은 성분이 빠져나가버린다. 단순히 3분 정도 삶는 것만으로도 비타민 C는 절반 가까이, 설포라판은 대부분 손실될 수 있다. 즉, 겉은 익었지만 영양은 사라진 브로콜리를 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2. 찌는 조리법이 설포라판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
찜기의 가장 큰 장점은 수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열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로콜리를 찔 경우, 겉은 익되 안쪽의 효소와 성분들은 일정 부분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찌는 것’이다.
4분 이내로 쪄낸 브로콜리는 설포라판 생성 효소인 미로시나아제가 여전히 활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곧 브로콜리 고유의 항암 효과가 온전히 유지된다는 뜻이다. 삶기보다 찌기, 찌기보다 짧게 찌기가 이 식재료의 영양을 지키는 핵심 조리 전략이다.

3. 삶을수록 식감은 부드러워지지만, 건강과는 멀어진다
물에 삶은 브로콜리는 식감이 무척 부드럽다. 하지만 이 부드러움은 일종의 손실이기도 하다. 익는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분해되고, 과잉 가열은 조직 자체를 무르게 만든다. 식감은 부드러워졌지만, 섬유질의 물리적 저항력이 사라지고 포만감 지속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다이어트를 위해 브로콜리를 먹는 이들에게는 손해일 수 있다.
더군다나 삶은 브로콜리는 물기를 머금어 보관성도 낮아지고, 조리 직후부터 색이 탁해져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 만족도도 낮아진다.

4. 찐 브로콜리를 활용하는 창의적 방법들
많은 이들이 브로콜리를 반찬이나 샐러드로만 소비하지만, 찐 브로콜리는 활용 범위가 훨씬 넓다. 쪄낸 후 살짝 데친 두부나 달걀과 함께 으깨어 샌드위치 필링으로 쓰면 간편한 단백질 보충 식사가 된다.
또한 올리브오일에 찐 브로콜리를 구운 견과류, 레몬즙과 섞으면 별다른 드레싱 없이도 만족스러운 건강식을 완성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용 찜기만 있다면 출근 전 5분 안에 충분히 준비 가능하고, 냉장 보관 시 2~3일은 쉽게 유지되니 일상에서의 실용성도 매우 높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