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순간 양치할 때 피가 나기 시작하고, 딱딱한 걸 먹으면 치아가 욱신거리는 느낌이 온다. 잇몸이 점점 얇아지는 느낌, 치아가 살짝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그건 단순한 노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치주질환’의 시작이고, 한 번 방치하면 회복이 어려운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치아와 잇몸 건강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치아는 칫솔로 관리하면 된다고 믿고, 잇몸은 아플 때 치과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잇몸은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입안 세균 환경에 따라 상태가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한 양치질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중장년층 이후로는 영양소 섭취에 따라 잇몸이 건강하게 유지되느냐, 아니면 빠르게 퇴화하느냐가 결정된다. 오늘은 치주염과 잇몸 퇴행을 막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음식 4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단순히 칼슘만 찾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잇몸 조직을 회복시키고 면역을 도와주는 식품 위주로 정리해봤다.

1. 프로폴리스보다 실속 있는 ‘녹색잎채소’
잇몸이 약한 사람은 대부분 비타민K와 C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비타민K는 혈관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부족하면 잇몸 출혈이 잦아지고 상처 회복도 더뎌진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같은 녹색잎채소에는 비타민K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동시에 엽산까지 함께 공급해줘서 잇몸 조직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 채소들은 섬유질이 풍부해서 씹는 과정 자체가 잇몸을 자극해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너무 물렁한 음식만 먹으면 오히려 잇몸이 더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라도 생잎채소를 포함한 식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습관이다.

2. 치주염 염증 완화에 강력한 ‘석류’
석류가 여성 건강에 좋다는 건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잇몸 건강에도 뛰어난 효과를 가진다. 석류에는 엘라그산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강력한 항염작용을 하면서 잇몸 염증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잇몸 안쪽의 미세한 상처나 출혈 부위에 엘라그산이 작용하면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석류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C도 잇몸 결합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주염의 초기 증상인 잇몸 붓기나 피나는 증상을 줄이고 싶다면, 하루 반 개 분량의 석류를 섭취해보는 걸 추천한다. 단, 시중의 석류 음료는 당분이 많아서 오히려 세균 번식을 유도할 수 있으니 생과일로 먹는 게 중요하다.

3. 잇몸 뼈를 지키는 ‘마그네슘이 풍부한 아몬드’
잇몸이 단단하지 않고 자꾸 들뜨는 느낌이 있다면, 뼈와 관련된 미네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마그네슘은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마그네슘은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고, 뼈 속 무기질 대사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데, 잇몸 뼈 역시 이 구조 안에 포함된다. 특히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해서 간식처럼 자주 챙겨 먹기에 좋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도 함께 들어 있어서 잇몸 주변 세포 재생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씹는 행동 자체가 잇몸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고, 턱 근육의 탄력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강 건강에 긍정적이다. 단,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잇몸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하루 한 줌 정도가 적당하다.

4. 항산화 작용이 탁월한 ‘녹차’
많은 사람들이 커피는 습관처럼 마시면서도, 녹차의 힘은 과소평가한다. 녹차에 포함된 카테킨 성분은 잇몸 염증과 세균 증식을 막는 데 뛰어난 작용을 한다. 특히 입속 세균 환경이 잇몸 건강에 중요한 만큼, 하루 한두 잔의 녹차는 항균 효과로 잇몸 질환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녹차의 떫은맛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지근하게 식힌 상태로 천천히 마시면 위장에도 부담이 없고, 입안 세정 작용도 잘 일어난다. 양치 후 하루 두 번 정도만 마셔도 잇몸 붓기나 피로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설탕이나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녹차여야 효과가 있다.

잇몸은 한 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단순히 치아를 위한 관리가 아닌, 잇몸 자체를 위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좋은 칫솔이나 치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몸 안에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식습관이다. 하루에 딱 한 가지 음식만이라도 바꿔보는 것, 그게 잇몸 건강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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