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평소 작은 마찰에도 손에 물집이 잘 생긴다거나, 조금만 긁혀도 피부가 벗겨진다고 말한다. 흔히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그 증상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접촉에서도 심해진다면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 배경에 ‘수포성 표피박리증’이라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 숨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 EB)은 피부와 점막의 결합구조에 이상이 생기면서 아주 약한 물리적 자극에도 수포, 즉 물집이 형성되고 표피가 쉽게 벗겨지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만 명 이하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에서도 사례는 드물지만 심각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피부뿐 아니라 구강, 식도, 심지어 장 점막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있어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기 쉽다.

1. 작은 마찰에도 쉽게 생기는 물집
수포성 표피박리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비정상적인 수포 형성’이다. 보통의 건강한 피부는 가벼운 긁힘이나 마찰 정도에는 큰 손상을 입지 않지만, 이 질환을 가진 경우 티셔츠를 입거나 손을 비비는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피부가 벗겨지고 수포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물집이 단순히 생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며 흉터를 남기고 2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손바닥이나 발바닥 등 마찰이 잦은 부위에 집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이 붙거나 변형되는 등의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피부층 사이의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주 원인이다.

2. 상처 치유가 매우 느리고 흉터가 남는다
일반적인 찰과상은 며칠 내로 딱지가 생기고 치유되지만,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상처 부위는 염증이 잘 생기며 치유 속도가 느리고, 회복 이후에도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 형태로 남아버릴 수 있다. 특히 진피층까지 손상되는 형태인 경우에는 흉터가 심하게 생기고 움직임 자체에 제한을 주는 경직이나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어린아이의 경우 걷기, 글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 동작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반복적인 손상과 치유는 피부를 더욱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이를 방치하면 성장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 입안과 식도까지 침범하는 점막 손상
피부뿐 아니라 점막 손상 역시 이 질환의 큰 특징이다. 일부 유형의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구강 점막과 식도, 직장 등 내부 점막 조직에도 수포를 형성한다. 이는 식사 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영양 섭취에 지장을 주어 체중 저하나 성장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식사 중 입 안이 자주 헐거나, 삼키는 것이 고통스러우며, 심한 경우 식도 협착으로 인한 음식물 섭취 곤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막 손상은 단순한 피부질환 범주를 넘어서 전신 질환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4. 손가락 융합, 손톱 결손 등 만성적 후유증
병이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만성적인 후유증도 경계해야 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피부가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치유되면서, 피부가 서로 붙는 유착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손가락이 서로 달라붙는 ‘수지 유합’ 현상이 발생하고, 손톱이 자라지 않거나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후유증은 단순한 외형 문제를 넘어 실생활에서의 기능 저하를 유발하며, 세수, 글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보조기구 없이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치료 및 지속적인 피부 관리가 필수적이며, 각종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 관리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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