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신체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 복잡한 장치도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뇌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그 기능 역시 감소한다. 단순히 ‘두뇌 훈련 게임’이나 퍼즐만으로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오히려 뇌에 다양한 자극을 주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뇌를 관리해야만 뇌의 퇴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는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지만, 흔히 간과되는 다섯 가지 뇌 건강 습관을 소개한다. 이 습관들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근거와 의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낯선 경로로 걸어보기 – 뇌의 공간지각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법
매일 같은 길을 걷고, 익숙한 장소만 오가는 생활은 뇌에게 ‘자동운전’ 모드와 다름없다. 하지만 길을 바꿔보는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뇌의 활동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길을 걷거나, 지도를 보고 방향을 판단하는 과정은 해마의 기능을 자극하고 공간지각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해마는 기억과 공간 탐색에 관여하는 부위로, 퇴화가 빠르게 일어나기 쉬운 영역 중 하나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 해마의 위축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네이처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낯선 길을 스스로 탐색하고 방향을 기억해내는 활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할 경우 해마의 위축 속도가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끄고, 익숙하지 않은 골목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활력에 도움이 된다.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활동 – 비대칭적 뇌 사용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대체로 한 손만을 주로 사용하며 일상생활을 한다. 오른손잡이라면 글쓰기, 양치질, 심지어 컵을 드는 동작까지 모두 오른손이 담당한다. 이런 비대칭적인 사용은 뇌 역시 한쪽만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양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활동은 좌뇌와 우뇌를 모두 자극하고,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양손으로 동시에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 비대칭적 운동을 하는 것 등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UCSF 신경과학연구소는 양손을 사용하는 반복적인 훈련이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향상시키며, 특히 60세 이상 성인에게서 뚜렷한 인지 능력 향상을 가져온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평소 쓰지 않는 손으로 일기를 써보거나, 양손으로 다른 일을 동시에 해보는 훈련은 의외로 뇌에 큰 자극이 된다.
언어가 다른 콘텐츠 소비 – 뇌의 유연성 확장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굳이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더라도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된 콘텐츠, 예를 들어 자막 없이 외국 드라마를 본다거나, 짧은 영어 팟캐스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뇌는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과 측두엽, 브로카 영역 등 다양한 언어 관련 뇌 부위가 동시에 작동한다.
실제로 런던대학 연구팀은 제2외국어를 꾸준히 접한 사람들의 뇌피질 밀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언어적 유연성이 높을수록 나중에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언어 콘텐츠 소비는 단순히 학습의 영역이 아니라, 뇌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한 감정을 동반한 경험 기록하기 – 감정과 기억의 연결고리 강화
기억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더 오래 간직된다. 감정적인 사건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해마에 강하게 저장된다. 따라서 매일 일기나 메모 형태로 하루 중 감정적으로 인상 깊었던 순간을 기록하는 습관은 뇌에 기억과 정서 처리를 동시에 훈련시키는 효과를 준다.
특히 최근에는 감정일기법이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감정이 일어난 이유, 당시의 반응, 이후의 생각 등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전두엽의 논리적 사고와 감정조절 능력도 함께 자극된다. 뇌 건강은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관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저녁 운동 – 뇌의 청소 시간을 확보하는 습관
운동이 신체 건강에 좋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 건강을 위해서도 ‘언제’ 운동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후 6시 이전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뇌 속 독소물질을 제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 중 뇌에서는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하여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이 기능은 운동을 통해 더욱 활발해진다.
하버드대 신경생리학 연구팀은 매일 30분씩 걷기나 가벼운 자전거 타기만으로도 뇌혈류가 증가하고, 알츠하이머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뇌의 청소는 수면에서 이뤄지며, 그 수면의 질은 바로 운동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저녁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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