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흔히 조기 발견이 어렵고, 상당수는 우연한 검사나 다른 질환 진단 중에 발견된다. 하지만 한 번 진행되면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조용한 암’이라는 별칭과 달리, 진행 시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서구식 식습관의 도입과 함께 육류 중심의 식단이 이 암의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알고 있는 ‘고기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막연한 인식이 아니라, 전립선암과 육식의 연관성은 다수의 임상 연구로도 증명되고 있다. 단순한 유전적 요인이나 노화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식습관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동물성 지방과 전립선암,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
전립선암 발병률은 유독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고단백·고지방 식단을 유지하는 국가에서 높게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전립선암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붉은 고기와 가공육에서 추출되는 동물성 지방은 체내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쳐 전립선의 세포 분열을 비정상적으로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의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한 그룹이 전립선암 발병률이 약 63%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비만이나 콜레스테롤 문제가 아니라, 동물성 지방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활동성을 촉진시켜 전립선세포의 과다 성장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가공육 섭취와 전립선암 악화, 경고등 켜진 연구결과들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은 보관과 맛을 위한 질산염, 아질산염 등의 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이들 성분은 체내에서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으며, 특히 고온에서 조리될 경우 ‘니트로사민’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변화한다. 이 니트로사민은 위암과 대장암뿐 아니라 전립선암의 악성화와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유럽암연구저널(EJC)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주 5회 이상 가공육을 섭취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전립선암의 고위험군에 속할 확률이 약 38% 더 높았다. 특히 체내 염증 수치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미쳐,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철분 과잉 섭취, 세포 돌연변이 유도 가능성
철분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헴철은 체내 흡수율이 높아 철분 과다 상태를 만들기 쉬운데, 이 과잉 철분이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촉진하며 세포 손상과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전립선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과 암세포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혈청 철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헴철 섭취량이 높은 집단에서 전립선암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철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식물성 철분으로 전환해 흡수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과도한 육류 중심의 식단이 철분 과잉 상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지방보다 더 무서운 건 ‘조리법’이다
육류를 섭취하는 방식 또한 전립선암의 위험을 결정짓는 요소다. 특히 고온 직화구이나 튀김과 같은 조리법은 단백질과 지방이 반응하면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이 물질들은 DNA를 손상시키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전립선세포의 정상적인 성장 패턴을 방해하게 된다.
국내 질병관리청과 국립암센터의 공동 연구에서도 고온 조리된 육류 섭취가 전립선암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조리 방식에 따라 같은 고기라도 위험도는 최대 3배 이상 차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따라서 섭취량 못지않게 조리법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고기 줄이는 대신, ‘이것’ 채우는 식단이 관건
육류 섭취를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서는 라이코펜, 셀레늄, 이소플라본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으로 식단을 재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토마토, 두부, 브로콜리, 마늘, 녹차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암세포의 성장 억제와 면역력 강화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은 전립선 조직에 축적되며 암세포의 분열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습관 변화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하루 한 끼라도 바꾸는 시도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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