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얼마나 빨리 먹느냐는 단순한 식습관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조차 빠듯한 사람들에겐 5분 안에 식사를 끝내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단지 ‘소화에 안 좋다’는 수준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우리 몸 전체의 대사와 신경계, 심지어 호르몬 균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체중 증가, 혈당 불균형, 만성 염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삼키는 속도와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시점 사이에는 명확한 시간차가 존재한다. 위에서 음식이 처리되는 시간, 호르몬 분비의 리듬, 신경 신호의 전달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15~20분은 걸린다. 그런데 이 시간을 무시한 채 무작정 빠르게 식사를 끝내면, 몸은 아직 포만감을 느끼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식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게 단지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될수록 대사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포만 신호’가 닿기도 전에 끝나는 식사
사람이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건 위가 단순히 꽉 찼을 때가 아니라, 식후 혈당 상승과 위장 신호가 뇌로 전달돼 렙틴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할 때다. 문제는 이 신호 전달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뇌가 식사를 인식하기까지 보통 15분 이상이 걸리는데, 그 전에 식사를 끝내버리면 뇌는 ‘아직 배고프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실제 필요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고, 이는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미 혈당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매우 치명적이다.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보다, ‘먹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여기서 알 수 있다.
교감신경이 긴장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소화 과정
식사를 급하게 하면 몸은 여전히 긴장 상태에 있다. 이 상태에선 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데, 문제는 소화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몸이 긴장한 상태에서는 위액 분비가 줄어들고, 장의 연동운동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위에 부담이 가고, 영양소 흡수율도 떨어진다. 급하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균형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특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소화장애가 잦은 사람이라면 식사 속도가 치료의 핵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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