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레이시아 총리 나집 라작은 ‘1MDB’라는 국부펀드를 설립하고 수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빼돌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정치 자금과 측근들의 사적 소비에 유용했다.
이 사기를 주도한 주요 인물 조 로우는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부동산을 사들이고,
3500만 달러짜리 봄바디어 글로벌 5000 제트기와 800만 달러짜리 보석류(당시 여자친구였던 미란다 커에게 주기 위해)를 구입했으며,
시드니와 라스베이거스 두 도시에서 새해 전야를 축하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기를 전세 내 며칠간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빼돌린 돈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제작 자금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사기꾼 주식중개인의 사치스러운 삶을 다룬 작품이다.
한때 조 로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졌다.
부패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부패가 개발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왔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대통령,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등이 저지른 부패는 자국의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불평등을 심화했다.
고급 주택, 고급차, 요트 구입에 쓰기 위해 이들이 빼돌린 공공 자금은 국민을 위한 의료와 교육에 사용되었어야 하는 소중한 돈이었다.
기업 분야에서도 부패는 가격을 올리고 혁신을 저해하며, 정직한 공직자들을 무력화하는 해악을 끼친다.
1MDB 자금 유용 사건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은행 계좌를 통해 실행되었다.
‘파나마 페이퍼’, ‘판도라 페이퍼’, ‘룩셈부르크 유출자료’ 등 각종 폭로 자료는 마약 밀매자, 독재자, 자금 세탁범뿐아니라 초고소득자들도 조세피난처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 추산에 따르면, 역외 계좌에 있는 돈의 5분의4는 다른 국가의 조세법을 위반한 자금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밝혀낸 경제학 연구는 각국 조세당국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조세피난처에 압력을 가하는 데 일조했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국경 없는 세무조사관’을 통해 파견된 세무 전문가들이 당국의 철저한 세무조사를 돕는다. 어떤 경우에 이들은 조사에 투입된 비용의 100배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유용한 접근법은‘가증스러운 부채’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국제사회가 독재자에게 제공된 대출은 정부에 대한 진정한 대출이 아니라 개인 대출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출기관의 인센티브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만약 어떤 은행이 독재자가 무기를 구입하는 데 쓰려는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나라가 민주국가가 되면 그 부채가 무효 처리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 대출의 제공을 재고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독재자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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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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