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의 바람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누구나 원하는 삶의 형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85세까지 생존하는 남성은 겨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고혈압, 흡연, 운동 부족 등 신체적인 요인도 있지만, 의외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고독’이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단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생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데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거다.

1. 외로움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을 약화시킨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누구와의 연결이 끊기면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이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쌓이면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이는 면역계를 약화시켜 병에 쉽게 걸리는 체질로 만든다.
평소에는 감기나 독감으로 끝날 수 있는 바이러스도 심각한 감염으로 번질 수 있고, 상처 회복도 느려진다. 고독감이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염증 반응을 높이는 생리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2. 고독은 심장 건강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고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 이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심박수와 혈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독한 상황에서는 불면증이나 수면의 질 저하도 따라오는데, 이것 역시 심장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결국 사회적 고립이 심장병이라는 물리적인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생활 습관이 무너지기 쉽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지 않거나, 영양 균형이 무너진 식단을 이어가기 쉽다. 귀찮아서 한 끼를 거르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아지고, 음주량도 늘 수 있다.
게다가 운동을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활동량도 줄어든다. 이런 생활 습관의 붕괴는 결국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만성질환으로 연결되고, 이는 수명 단축과 직결된다. 사람과의 관계가 곧 건강관리의 기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4. 정신 건강도 크게 무너진다
고독은 우울증, 불안장애, 무기력증 등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외로움이 장기화되면 뇌 기능 자체가 위축되기 시작하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눈에 띄게 떨어진다.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의 신경 가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의 단절은 인지 기능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게 수명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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