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유골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는 우주장이 최근 주목받는 가운데, 유골 166구를 탑재한 캡슐이 대기권 돌입 과정에서 사라지는 예상 밖의 사고가 벌어졌다.
독일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Exploration Company)는 3일 공식 X를 통해 지난달 말 우주로 날아갔던 166명의 유골과 DNA 샘플이 지구 대기권 돌입 과정의 문제로 현재 위치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NYX 캡슐은 지난 6월 23일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캡슐은 트랜스포머-14로 명명된 미션에 동원됐는데, 복수의 개인 및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은 화물 약 70개가 실렸다.

화물 중에는 미국 우주장 업체 셀레스티스(Celestis)가 의뢰한 166명분의 유해와 DNA 샘플이 포함됐다. 셀레스티스는 신앙 등 다양한 이유로 우주장을 선택한 고인을 위해 특수 장례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 관계자는 “원래 캡슐은 내용물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전한 뒤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 태평양에 빠질 예정이었다”며 “여기 탑재된 유골은 우주를 체험하고 바다에 착수, 각 유족에 인계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NYX 캡슐은 유인 우주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지구 대기권 재돌입 실험기”라며 “NYX는 지구 주회궤도에서 팰컨 9에서 분리됐고, 예정대로 지구를 두 바퀴 돌고 대기권에 재진입했지만 정해진 고도에서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정해진 해역에 착수되지 않았다.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회사는 유족에 사정을 설명하고, 고인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뒤 광활한 태평양에 잠들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유족들은 아직 우주장이 개발 단계이고, 뜻밖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사고로 우주장은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 1997년부터 우주장 사업에 뛰어든 셀레스티스는 인기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의 프로듀서이자 작가, 미래학자 진 로덴베리와 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 박사의 유해를 우주로 보냈다. 지난해에는 조지 워싱턴과 존 F.케네디,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등 미국 전직 대통령들을 포함해 330명의 우주장을 치렀다.
우주장은 고인의 유해 1~7g을 담은 캡슐을 우주로 보낸다. 장례비용은 코스에 따라 다르다. 셀레스티스의 경우 이번처럼 무중력 상태를 고인이 체험하고 지구로 돌아오면 3495달러(약 470만원)다. 지구 궤도를 수개월~수년간 돌고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타는 코스는 4995달러(약 680만원), 달의 주회궤도에 유해 캡슐을 얹거나 심우주로 쏘는 서비스는 1만2995달러(약 1770만원)다. 달 표면에 캡슐을 보내려면 4만9995달러(약 6820만원)가 든다.

이번 사고는 우주장이 아질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인지하게 했다. 셀레스티스는 2023년 미국 뉴멕시코주 상공에서 로켓이 폭발하면서 유해 캡슐을 잃은 전력이 있다. 유해나 DNA 등 유기물을 달 표면이나 심우주에 보내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처럼 캡슐이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 문제를 일으켜 유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우주장보다는 퇴비장이나 빙장 등 다른 친환경 장례가 먼저 보편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퇴비장은 유해를 버섯 균사와 섞고 토양을 넣은 작은 관에서 퇴비화하는 장례다. 빙장은 시신을 화학약품으로 급속히 얼려 작게 조각내는 방법이다. 화장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친환경적이지만 유족의 거부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