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를 마친 뒤 갑자기 졸리거나 기운이 빠지는 피로감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은 이를 혈당 상승이나 포만감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식후 저혈압(postprandial hypotension)’이라는 생리 현상일 수도 있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더 흔하게 나타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식후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두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져 어지럼증, 피로감, 심한 경우 실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증상을 단순한 식곤증으로 치부하면 정확한 대처를 놓치기 쉽다. 식사 후 생기는 피로의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식사 후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며 혈압이 떨어진다.
식사를 하면 소화기관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위장 쪽으로 혈액이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이때 상대적으로 뇌나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은 줄어들게 되고, 전신 혈압도 일시적으로 하강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동적으로 혈압을 조절해 이 변화에 적응하지만, 자율신경계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 조절 능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급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식후 졸음, 피로,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며, 심하면 어지럼증이나 쓰러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단순한 식곤증과는 전혀 다른 생리 반응인 셈이다.

2. 고령층과 자율신경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더 흔하다.
식후 저혈압은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율신경계의 반응 속도와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파킨슨병,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신경 조절 기능이 손상돼 있어 혈압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이로 인해 식후에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더라도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두뇌에 공급되는 혈류가 부족해져 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진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면 심장에도 부담이 생기고, 뇌졸중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3. 식사량, 식사 속도, 음식 종류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거나, 너무 빠르게 먹는 습관은 위장에 혈류를 더 많이 요구하게 만든다. 특히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사일수록 식후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면서 혈압 조절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고염식, 고당도 음식도 혈관 수축 기능을 약화시켜 저혈압 반응을 유발하기 쉽다.
반면,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은 혈압 급변을 완화해줄 수 있다. 따라서 식사는 천천히, 소량씩 나눠 먹고,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 조절만으로도 식후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식습관 개선은 매우 실질적인 대응 방법이다.

4. 식후 저혈압을 막으려면 식사 전후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장시간 가만히 있는 행동은 혈압 회복을 방해한다. 가볍게 걷거나 앉아서 상체를 세우고 휴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혈액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약물 복용 중인 경우에는 일부 고혈압 약이나 이뇨제가 저혈압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식사 전후의 활동 패턴을 조금만 조정해도 저혈압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식후 피로를 느낀다면 혈압 측정을 통해 본인의 식후 반응을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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