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시작할 때 아메리카노 한 잔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이다. 특히 설탕 없이 마시는 블랙커피는 칼로리도 거의 없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나 고지혈증 환자들도 부담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아메리카노 속 특정 성분이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 핵심은 커피의 맛이나 카페인이 아니라, ‘카페스톨(cafestol)’이라는 성분이다.

카페스톨은 커피 원두 기름에 포함된 성분이다
카페스톨은 커피 원두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디터펜(diterpene) 계열의 기름 성분이다. 이 성분은 원두를 뜨거운 물로 추출할 때 일부가 커피에 녹아 들어가며, 특히 기름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진한 커피일수록 더 많은 양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 카페스톨이 간에서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담즙산의 배출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카페스톨은 간의 콜레스테롤 처리 기능을 방해하고, 그 결과 혈액 내 저밀도 지질(LDL), 즉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는 메커니즘을 유도한다. 특히 고지혈증 환자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경계선 이상인 사람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변화로 작용할 수 있다.

여과 방식에 따라 카페스톨 양이 달라진다
커피의 종류에 따라 카페스톨 함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카페스톨 함량이 높은 방식은 터키식 커피, 프렌치프레스, 핸드드립(필터 없는 방식)이며,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일수록 카페스톨 함유량은 거의 없거나 미량에 그친다. 종이 필터는 원두 기름 성분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많이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 추출 기반이라는 점이다. 고압으로 빠르게 뽑는 에스프레소는 종이 필터 없이 고운 메탈 필터나 포터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카페스톨이 그대로 포함된 채 물에 섞여 추출된다. 아메리카노는 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형태이므로, 아무리 연하게 마셔도 카페스톨 자체는 포함돼 있는 셈이다.

일일 섭취량에 따라 콜레스테롤이 달라진다
실제로 하루 3잔 이상의 아메리카노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8~10% 높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고혈압·복부비만·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를 이미 가진 사람에게는 누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스타틴 같은 콜레스테롤 저하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는 방식에서부터 조절이 필요하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혈중 지질 수치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커피의 영향력은 전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디카페인도 안전하지 않다
일부 사람들은 카페인 자체가 문제일 것이라 생각해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카페스톨은 카페인과는 완전히 별개의 물질이며, 디카페인 커피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즉, 카페인만 제거했을 뿐 카페스톨 성분은 여과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역시 콜레스테롤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피해야 할 항목이며, 단순히 카페인이 없다는 이유로 건강에 무해하다고 여기는 건 오해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이력이 있는 환자 중 일부는 디카페인 커피로 바꾼 이후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