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음료 중 ‘뜨거운 커피’는 피하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전직 승무원들이 출연한 방송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행기에서 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라, 커피의 ‘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 항공기의 음료수 시스템과 위생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기내 커피는 어디서 나오는 물일까
항공기 안에서 제공되는 커피는 지상에서 미리 탑재한 생수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내에 설치된 물탱크에 저장된 정수 처리된 물을 끓여서 제공한다. 이 물탱크는 기체 내부에 고정된 구조물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세척되거나 비워지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항공사는 정해진 주기마다 위생 점검과 소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항공 정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매 비행마다 철저히 관리되긴 어렵다는 말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기내 커피는 사실상 ‘오래된 탱크 속 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냄새나 맛에서 약간의 금속성, 플라스틱 잔향이 느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수 과정이 있다고는 해도, 물탱크 자체의 위생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면 그 물로 우려낸 커피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국 환경청 조사로 드러난 수질 실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과거 미국 내 주요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기내 식수 시스템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일부 항공사의 물탱크에서 대장균과 같은 세균이 검출된 사례가 확인됐고, 그 결과 기내 물 위생 지침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 조치가 전 세계 항공사에 즉시 반영된 것은 아니며, 특히 장거리 운항이 많은 국제선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항공기들이 운행되고 있다.

또한 식수용 탱크는 겉으로 보기에는 밀폐돼 있으나, 주입구와 연결 파이프가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구조라서 오염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습한 날씨, 공항의 정비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세균 번식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물이 탱크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승객이 알 방법이 없다.

승무원들도 잘 마시지 않는 기내 커피
전직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기내에서 커피를 피하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처럼 통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그들이 수년간 비행 중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승무원들은 장거리 비행 중에도 커피나 차는 되도록 마시지 않고, 생수만 따로 챙겨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모든 항공사가 위생 관리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비 여건이나 국가별 규제 수준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반 승객이 이를 판단할 기준은 사실상 없다. 특히 저가 항공사나 낡은 기종의 경우, 탱크 내부 청소 주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커피 머신 자체의 위생 문제
기내 커피는 단지 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커피 머신 자체도 위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 내에 설치된 커피 머신은 좁은 조리 공간에 고정되어 있어 분리 세척이 어렵고, 내부의 잔여 커피 찌꺼기나 수증기 응결물은 세균 번식의 좋은 환경이 된다. 특히 하루 수 차례 회항하는 단거리 노선에서는 매 비행마다 커피 머신을 세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승무원 중 일부는 “커피 머신에서 나는 냄새가 이상해 커피를 안 마시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제공되는 커피 한 잔이 사실은 수 시간 동안 청소되지 않은 장비와 장시간 보관된 물이 결합된 것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꺼림칙한 조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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