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시간은 늘 바쁘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등교 준비로 분주한 아침에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의 아침 결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밥 한 끼를 거르는 게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데 있다. 최근 연구들은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비만과 고혈압은 물론, 집중력 저하와 ADHD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침 식사가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공복 시간의 연장, 혈당 조절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아침을 거르면 저녁 식사 이후부터 다음 식사까지 공복 시간이 12시간 이상 길어진다. 이때 체내 에너지 균형이 무너지고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며, 이후 식사에서 폭식이나 급격한 혈당 상승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반복은 췌장을 피로하게 만들고, 인슐린 저항성을 키워 비만과 대사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청소년기의 체내 대사는 활발하고 에너지 요구량이 많기 때문에, 아침 식사가 빠지면 신체는 만성적인 에너지 결핍 상태에 놓인다. 결국 대사 균형이 깨지고, 지방 축적과 호르몬 이상이 겹쳐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를 거르면 혈압은 더 빨리 올라간다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에게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모두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아침 공복 상태가 지속되며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아침 식사 결식은 하루 전체 염분 섭취 패턴을 왜곡시켜, 한 끼에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몰아 먹는 식습관을 만들게 된다. 이런 습관은 장기적으로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의 기초가 되며, 체내 염분 배출 기능을 약화시킨다.

뇌 기능 저하, 집중력 저하와 ADHD 발현에도 영향
청소년기는 뇌 발달이 활발한 시기다. 아침 식사는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력과 주의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포도당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을 거르면 혈당이 낮아지고, 이는 집중력 저하와 학습 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DHD와 유사한 주의력 결핍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침 결식률이 높은 청소년 그룹에서 산만함, 충동 조절 장애, 과잉 행동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으며, 학업과 사회성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식습관의 혼란이 하루 전체 리듬을 무너뜨린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점심은 허겁지겁 먹고, 저녁은 과도하게 먹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공복과 포만의 리듬이 뒤섞여 수면, 소화, 호르몬 분비까지 전체적인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늦은 저녁 폭식은 체내 지방 축적과 수면의 질 저하를 유도해 건강을 악화시킨다.
청소년기의 올바른 식습관은 성인기의 대사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침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몸의 시동을 거는 중요한 신호이자 건강 리듬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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