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무더위가 심해질수록 단순한 더위로 치부되는 증상들이 사실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일 수 있다. 특히 폭염 속에서 갑자기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거나, 어지럼증·혼동·말이 어눌해지는 등 의식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열사병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응급 조치와 치료가 지연될 경우 단 몇 시간 안에 장기 손상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태다. 단순한 탈수나 더위 먹음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한 징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열사병은 단순 ‘더위 먹음’과 다르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태다. 이때 체온이 보통 40도 가까이 올라가며, 땀이 멈추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탈수나 일사병은 땀이 나는 상태에서 어지러움이나 피로감을 동반하지만, 열사병은 더 이상 몸이 땀을 내지 못할 만큼 체온 조절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고, 간, 신장, 심장 등 주요 장기에 급성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체온 상승과 함께 의식이 몽롱해지거나, 반응이 느려지고 말이 꼬이는 증상이 있다면 즉시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초기 증상을 놓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열사병의 가장 위험한 점은 증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더운 날씨에 지쳐서 무기력하거나 졸린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두통, 구역, 발열, 혼동, 경련 등의 증상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이때 물을 마시거나 선풍기를 쐬는 수준으로는 체온을 낮출 수 없다. 체내 장기들이 40도 이상 고온에 노출되면 조직 단백질이 손상되기 시작하고, 이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되면 회복 불가능한 장기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해 위험이 더 높다.

응급 대응은 ‘빠른 냉각’과 ‘즉각적인 병원 이동’
열사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망설이거나 민간요법을 시도하지 말고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이동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는 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환자를 그늘이나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젖은 수건이나 얼음팩으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같은 주요 혈관 부위를 집중적으로 냉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옷을 벗기고, 몸에 물을 뿌린 후 선풍기를 이용해 증발열을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기도 폐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은 습관과 환경 관리에서 시작된다
열사병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폭염 속 외출이나 작업은 가능한 한 오전이나 저녁 시간대로 조절하고, 2시간 이상 실외 활동을 할 경우 반드시 중간에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알코올이나 카페인은 탈수를 촉진하므로 더운 날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정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이용한 실내 온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며, 장시간 실내에 혼자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두통, 고열, 무기력감이 동반된다면 스스로 무리하지 말고, 빠르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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