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북부 호쿠리쿠의 보석, 가나자와(金沢)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石川県)의 중심 도시로, 호쿠리쿠(北陸) 지역 특유의 고즈넉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간직한 여행지다. 에도 시대부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성장하며 ‘작은 교토(小京都)’라는 별명으로 불려왔고, 지금도 그 전통이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특히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을 지닌 도시로, 일본의 옛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싶은 여행자에게 딱 맞는다.

2. 겐로쿠엔(兼六園) – 사계절이 아름다운 일본 3대 정원
가나자와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단연 겐로쿠엔이다. 일본 3대 정원(日本三名園) 중 하나로 손꼽히며, 정원의 규모와 아름다움, 그리고 계절에 따른 변화가 압도적이다. 봄에는 벚꽃(桜, 사쿠라),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紅葉, 코요), 겨울에는 눈이 쌓인 ‘유키츠리(雪吊り)’ 풍경이 각각의 감동을 선사한다. 정원 안에 있는 ‘가이유시키’(回遊式) 구조는 산책하면서 다양한 뷰포인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곳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치유되는 공간’으로 자주 언급된다.

3.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 전통 찻집 거리의 고즈넉함
겐로쿠엔을 나와 가나자와성 공원을 지나면 히가시차야가이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에도 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찻집 거리(茶屋街)로, 기모노 차림으로 걸으면 그야말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붉은 목재로 지어진 2층 전통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은 낮에도 운치 있지만, 해 질 무렵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지역에는 실제 운영 중인 찻집 외에도, 유메이로 하나카가(ゆめいろ華かが) 같은 기모노 대여점, 그리고 일본 전통 과자를 파는 오미야게 가게가 있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금박(箔, はく)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이나 디저트는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다.

4.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시내 풍경
가나자와는 오래된 거리뿐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의 공간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21세기 미술관(21世紀美術館)’은 현대예술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유리로 된 둥근 구조가 인상적이다. 겐로쿠엔과 가까워 코스로 묶어 둘러보기 좋고, 미술관 앞에는 카페와 공원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시내 전체가 크지 않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며, 레트로한 느낌의 ‘가나자와 루프버스’를 활용하면 이동이 더욱 편리하다.

5. 가나자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팁
가나자와역(金沢駅)은 ‘츠즈미몬(鼓門)’이라는 북 모양의 웅장한 입구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시작해 하루나 이틀 코스로 겐로쿠엔, 성터, 찻집 거리, 미술관 등을 차례로 둘러보면 이상적인 도보 여행이 완성된다. 숙소는 역 근처에 비즈니스 호텔들이 많고, 히가시차야가이 근처에는 전통 료칸도 일부 운영 중이다. 음식으로는 가나자와의 ‘카이센동(海鮮丼, 해산물 덮밥)’이나 고급스러운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를 추천한다.
가나자와는 도시 전체가 천천히 흘러간다. 붐비지 않고, 과하지도 않은 그 정적 속에서 일본 전통의 결을 깊게 체험할 수 있다. 도쿄나 오사카와는 또 다른 결의 일본을 만나고 싶다면, 가나자와의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여정이 꼭 필요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