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규슈(九州), 온천의 성지
일본 남쪽에 위치한 규슈는 지열 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예로부터 ‘온천(温泉, 온센)의 땅’으로 불려왔다. 특히 오이타현(大分県)과 구마모토현(熊本県)을 중심으로 유후인, 벳푸, 구로카와 같은 전통 온천 도시가 밀집해 있어 ‘온천 도시 순례’라는 여행 테마에 딱 맞는다. 각 도시마다 물의 성분, 분위기, 숙소 스타일이 달라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것도 규슈 온천 여행의 큰 장점이다.

2. 유후인(由布院) – 온천과 자연, 감성 소도시의 조화
유후인은 그림 같은 시골 풍경과 세련된 감성이 어우러진 온천 마을이다. 유후다케(由布岳) 산 아래 펼쳐진 골목길에는 감성 가득한 카페, 공방, 수제 디저트 가게들이 즐비하다. 온천은 대부분 숙소 내에 마련돼 있고, 전세탕(貸切風呂)을 운영하는 료칸이 많아 커플이나 가족 단위에게도 인기다.
가장 인기 있는 숙소는 ‘무라타 료칸’이나 ‘유후노이에’ 등으로 1박 10,000엔대부터 시작하며, 일부 전통 료칸은 25,000엔 이상의 고급형도 많다.
저녁에는 가이세키 정식과 함께 정원을 바라보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후인에서의 최고의 힐링이다.

3. 벳푸(別府) – 온천의 도시, 스케일이 다른 입욕 경험
벳푸는 일본 전역에서 ‘온천의 수도’라 불릴 정도로 온천 수증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벳푸에는 8개의 주요 온천 지구가 있으며, 유황(硫黄), 철분(鉄分), 탄산수소염 등 다양한 성분의 온천이 공존한다.
관광 코스로는 ‘지옥 온천 순례(地獄めぐり)’가 유명한데, 붉은 온천인 지노이케(血の池)와 푸른 증기가 피어나는 우미지고쿠(海地獄)가 대표적이다.
온천 외에도 모래찜질 체험, 온천 증기 요리인 지고쿠무시(地獄蒸し)도 인기다. 숙소는 벳푸역 인근 비즈니스 호텔부터 벳푸만을 조망할 수 있는 리조트급 료칸까지 다양하다. 1박 평균 7,000~15,000엔.

4. 구로카와(黒川温泉) – 산속 비탕에서 만나는 조용한 호사
구로카와 온천은 구마모토현 아소산(阿蘇山) 북쪽에 자리한 작은 온천 마을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온천 리조트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숙소는 산속에 숨듯 자리하고 있으며, 목재와 흙, 초가지붕 등 전통 소재를 그대로 살려 자연 속에 스며들 듯 조성돼 있다.
‘노토야 료칸’, ‘야마미즈키’ 등의 숙소는 천연 유백색 온천수와 조용한 정원이 인상적이며, 1박 12,000~20,000엔대.
또한 구로카와 온천의 재미는 ‘입욕 패스(入湯手形)’에 있다. 이 목재 배지를 구입하면 마을 내 3곳의 료칸 온천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어 하루 여행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5. 온천 도시 순례, 이렇게 즐기자
세 도시를 모두 순회하려면 후쿠오카 공항(福岡空港)을 기점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첫날 유후인에서 여유롭게 시작해, 이틀째 벳푸에서 관광과 체험, 마지막 날 구로카와에서 깊은 온천 힐링을 누리는 2박 3일 코스가 이상적이다.
각 도시 간 이동은 유후인↔벳푸는 전철로 약 50분, 벳푸↔구로카와는 버스로 약 2시간 내외. 렌터카를 이용하면 주변 자연 명소까지 넓게 둘러볼 수 있다.
겨울에는 눈 내리는 온천 마을의 정취가 배가되어, 전통 료칸에 묵으며 조용한 일본식 저녁과 아침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여행이 된다. 규슈는 ‘온천을 위한 여행’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그만큼 온천의 완성도가 높은 곳이다. 한겨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시기라면, 규슈 온천 도시 순례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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