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 두 다리로 직립한 표범이 남아프리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목격됐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이 집중한 상황을 극적으로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의 야생동물 사진가 겸 동물학자 마리 타단 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크루거 국립공원 초원에서 기립한 채 어딘가 응시하는 표범의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속의 표범은 미어캣처럼 등을 똑바로 세워 눈길을 끈다. 국립공원을 활보하던 표범은 풀숲 근처에 이르러 갑자기 자리를 잡고 마치 인간처럼 등을 쭉 펴고 뒷다리로 직립했다.

이에 대해 마리 타단은 “표범은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만능 포식자이며 직립은 그들의 생존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이 표범은 임팔라 무리를 노리고 있었다. 사바나는 풀의 키가 높아 포식자가 엎드린 채로는 시야가 한정돼 조용히 허리를 들고 임팔라를 노려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거 국립공원 관계자는 “이번 영상은 표범이 정말 유능하고 영리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표범이 두 발로 서는 행동은 전에도 목격됐다. 2021년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어미 표범이 새끼와 떨어지자 뒷다리로 직립해 주위를 탐색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어미 표범은 차량에 놀란 새끼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자 두 발로 서서 주변을 살폈다”며 “표범이 두 다리로 직립해 등을 세우는 자세는 사냥은 물론 주변 탐색 등 다양한 상황에 동원된다”고 언급했다.

표범은 고양잇과 중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가진 동물로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 걸쳐 분포한다.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매복형 사냥을 한다.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하고 나무타기, 수영의 명수다. 야생에서 수명은 12~17년 정도다.
기본적으로 표범은 사족보행이지만 사냥감을 찾거나 새끼를 찾는 상황에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짧은 시간 뒷다리로 일어서는 경우가 있다. 이 행동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지만 표범의 지적이고 유연한 일면을 나타내는 특징적인 행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프리카 북동부에 자리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아프리카 최대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다. 광활한 사바나와 삼림지대에는 사자와 코끼리, 표범, 버펄로, 코뿔소 등 147종 이상의 포유류, 500종 가까운 조류가 서식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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